대표원장 양 준모
창원 자윤한의원

주역에서 8괘를 결합하면 64괘가 된다. 8괘에서 건(, ) 괘는 하늘을 뜻하고 곤(, ) 괘는 땅을 뜻한다. 주역의 괘를 잘 모르는 사람은 건괘가 위에 있고 곤괘가 아래에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히려 득남(得男)을 의미하는 11 천지태괘(地天泰卦)의 경우는 천지가 소통하여 만물이 생장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필자가 한의학 칼럼에서 뜬금없이 주역을 언급한 이유는 임신을 위해서 부부 관계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이지만 난임 치료를 위한 상담을 하다가 보면, 의외로 많은 부부가 부부 관계를 소홀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신을 기다리면서 부부 관계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부부 관계를 소홀히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하느라 바빠서 통 못한다거나, 공간적으로 떨어져 지낸다거나, 시험관 아이 준비 때문에 안 한다거나, 심지어 기력이 떨어져서 자주 못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병원에서 날짜를 받아 배란일에 맞춰서 부부 관계를 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소 양호한 경우이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부부 관계를 자주 할수록 임신의 확률은 높아지며, 2-3회 이상 부부 관계를 갖는 것이 임신에 더 유리하다고 본다. 일주일에 한 번 부부 관계를 하면 임신율은 15%이고, 매일 부부 관계를 할 경우의 임신율은 3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부부 관계를 5일 이상 쉬면 정자 수가 줄어들기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안전한 날이라고 생각되는 기간이라도 임신 확률은 0이 아니다.

남성의 체력적인 부담으로 부부 관계를 자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물리적인 성기능뿐만 아니라 성적 욕구 감소로 부부 관계를 자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 관계를 자주 갖는 것은 임신을 위한 치료의 첫걸음이다. 육체적인 문제로 기회를 자주 못 갖는다면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아그라 등과 같은 양약도 있지만 하루 이틀 부부 관계를 한다고 임신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는 한방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부부 관계를 갖는 것을 배란일 전후로 하는 것이 좋은가,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 논란은 임신율을 높여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주 관계를 못 갖는다면 당연히 배란일 전후에 집중해야 한다.

임신이 간절하다면, 부부 관계는 배란일에 신경 쓰지 말고 매일 또는 주 2-3회 이상의 관계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 다른 시도를 해보기 전에 매일 또는 주 2-3회 이상의 관계를 갖는 것을 먼저 시도하면서 한방치료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날짜를 받거나 배란일에 맞춰서 부부 관계를 하는 것은 자주 관계를 갖는 것보다 임신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천지가 소통하지 않는데 만물이 생장할 수 없는 법이므로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이전에 우선 충분한 부부관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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