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통일부장관 후보자 이인영은 국회외교통일위 인사청문회에서 “지금도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차라리 김구 선생을 국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전대협 초대 의장을 거친 주사파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볼 때, 1947년 유엔총회의 결의에 따라 남한지역만의 선거를 통해 이승만에 의해 한국에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뼈대가 세워진데 대한 불만 의도가 담긴 언사라고 보는 게 정상이다. 차라리 공산주의체제가 되더라도 동일 민족끼리 통일하는 것이 먼저라는 사고로 보인다. 이승만은 일제식민체제에서 갓 해방된 나라의 유일합법정부 초대 대통령으로서 한국의 정치체제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뿌리내린 존경의 대상이다. 반면 김구는 ‘건국보다는 통일이 먼저’라는 소신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 대한민국의 건국을 반대하고, 북한을 장악한 공산주의자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38선 이남에서만 실시하게 된 자유민주 선거를 부정하면서 김일성이 주도한 ‘남북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1947.4)에 참석하는 등 건국을 방해하는 이상한 기행을 보였다. 이러한 김구를 국부로 생각한다는 이인영의 언사는 당시의 김일성노선과 궤를 같이하는 사상적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 정부는 이런 자를 쫓기듯 황급히 통일부장관 자리에 앉히고, 북한과 내통하는 듯한 행각을 해오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없애려는 박지원을 국정원장 자리에 앉혔다. 자유민주체제보다는 공산주의체제가 되더라도 통일이 먼저일까?

통일안보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통일의 문을 열려면 두 가지 열쇠를 쥐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남북한 간의 문제와 함께 주변국들 간의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간의 대북정책은 남북한 간 협의만 잘되면 통일의 문이 저절로 열릴 것이라며 북한에 매달리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었다. 갈수록 자연스레 대북 저자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의 체제가 다르다는 점이다. 체제가 다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체주의체제와 자유민주주의체제는 물과 기름의 관계다. 물과 기름은 아무리 섞어도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섞일 수 있다며 정책으로 밀고 나간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인 셈이다. 스스로 적에게 잠긴 문을 열어주는 배신행위와 다름없다.

또한 남북한만의 민족통일 노력은 주변 이해당사국들의 이상한 눈총을 받게 되어 일의 진행이 오도되기 십상이다. 지정학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두 체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한반도는 주변 당사국의 이해관계, 기본적으로 미‧중의 체제의 차이와 대립에서 오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민족공동체론이니 운전자론이니 하는 좁은 시각의 논리로 복잡하게 꼬인 남북한 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현실에 대한 사고의 빈곤에서 오는 몽상적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미국을 속이고 남북한을 붉게 물들여 중국 쪽으로 갖다 붙이려는 시도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크게 어긋나는 어리석은 작태다. 위장평화공세는 억지로 국민을 속일 수는 있어도 국제사회를 속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두 체제의 대립에서 오는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현재 북한의 통일프레임에 걸려든 상태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국민시각을 민족주의 통일에 고정시켜 놓았다. 민족주의 사고방식 자체가 북한의 통일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다.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을 추진한답시고 북한의 통전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거꾸로 선 통일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계속 이런 정책을 고집한다면 외신의 지적대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족’이라는 감성의 이데올로기와 좁은 시각에 갇히지 말고 남북한의 체제 차이에서 오는 문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처음부터 일의 순서가 뒤바뀌어 꼬리가 몸통을 움직이는 격이다. 큰 동력인 주변국의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이해관계를 만족시켜야 작은 동력인 남북한 문제가 수월하게 풀리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면 비로소 민족이 크게 보이고 통일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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