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42

류준열

수필가, 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작품집: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류준열
류준열

눈 쌓인 천산산맥이 둘러싼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의 푸른 물결 뒤로 하고, 당나라 이백 시인의 출생지 토크목 여정.
백설의 천산 고봉, 민가와 농경지, 숲과 초원, 목동과 가축, 차창에 비친 평화로운 정경 .

흔들리는 갈대에 둘러싸인 작은 호수, 초원을 굽어보는 백설고봉, 어디를 봐도 민가는 없고 양떼 돌아다니는 넓은 초원.
정치 종교적 이유로 중국인 발길이 끊긴 이백의 출생지, 한국의 단체관광이 처음이라는 가이드 말에 시인이 국외인(局外人)으로 살아온 인생역정과 빼닮은 출생지역의 고적한 정경.
나그네를 맞아주는 소박하고 작은 표지판, 예전에는 마을이 있었다는데, 흔적은 사라지고 푸른 초원이 펼쳐진 이백 출생지.
중국 최대의 시인 이백(李白)의 명시 ‘정야사(静夜思, 고요한 밤의 향수)’는 이백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감정이 담겨있으나 그의 고향은 도대체 어디인지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쓰촨(四川) 장요우(江油), 후베이(湖北) 안루(安陆), 간쑤(甘肃) 톈수이(天水), 키르기즈스탄의 토크목(Tokmok)시는 자칭 이백의 고향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 2개국 4개 지역간에는 이백의 고향을 두고 끊임없이 분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키르기즈스탄 문화정보부는 중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나라 최대 시인인 이백의 출생지가 바로 토크목시라고 주장한 바 있다.  2개국 4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이백의 고향’을 사이에 둔 이권 분쟁은 여전히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역 무역상의 아들로 태어나 당나라 주류사회에 들지 못한 국외인에 불과했고, 노년에는 방랑자 생활을 하며 술과 시를 벗하며 보낸 일생을 떠올려 보는 톡크목 초원.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구전동요(口傳童謠) 떠올리며, 백설의 천산 곁에서 요요하게 비치는 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이는 이백의 모습 상상하며 떠오른 시인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
한 많은 세속을 등지고 술과 달을 벗하며 국외인과 방랑자로 떠돌던 이백시인의 스산한 애상(哀想) 솟아나는 토크목 초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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