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44

여행가 류준열

수필가, 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직품집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여행가 류준열
여행가 류준열

교류의 유물적 전거로서의 오아시스로 유적. 판지켄트(타지키스탄)는 사마르칸트 동편 68km의 제라프샨(Zeravshan)강 상류에 있는 소그드인들의 고도다.
     
8세기 초 아랍의 침공으로 파괴된 중앙아시아의 심장 타지키스탄 판지켄트, 소그드인이 살았고 문화를 꽃피운 고도.
인류 4대문명과 견줄 만한 사라즘 문명의 발상지임을 입증하는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었고, 페르시아와 중국의 비단길 교역을 보여주는 유물 출토된 오아시스 요충지 판지켄트.

과거 번창했던 도시가 역사에서 사라진 스산한 폐허의 황성, 흰 구름 떠다니는 푸른 하늘, 병풍처럼 둘러 있는 고산백설, 황성을 뒤덮은 푸른 초원, 살랑거리는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양귀비꽃과 노랑꽃, 황성은 자연의 여러 색깔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빛의 대향연장.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고 무너진 황성에 불어오는 무심한 바람 맞닥트리며, 기원전 4천년부터 정착하여 문명의 꽃을 피운 판지켄트 사람은 수천 년 동안 어느 곳에 떠돌며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았는지, 번창했던 도시가 폐허가 될 수밖에 없었고, 오랜 기간 역사에서 사라지고 땅속에 파묻혀 있게 되었는지.

언덕배기 폐허의 황성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민가를 내려다보며, 고대의 유적과 현재의 민가가 공존하는 광경에서 일어나는 역사의 무상감.

*판지켄트(Panjikent) : 제라프샨(Zeravshan)강 상류에 있는 소그드인들의 고도(古都)
*사라즘(Sarazm) 문명 : '땅이 시작되는 곳'(where the land begins)이라는 의미, 기원전 4천년부터 중앙아시아에 인류가 최초로 정착한 곳 중 하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그드인 : 5~9세기에 걸쳐 한반도와 대륙, 인도, 동로마 제국에 걸쳐 통상
*조로아스터교 : BC 6세기 옛 페르시아 지역에서 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종교. 중국에서는 ‘배화교(拜火敎)’라 명명함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