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박사 조문주

“시험을 망치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됩니다.”
큰 자격시험을 3개월 앞두고 공부가 잘 안 된다며 코칭 요청을 해 왔다. 몇 년간 이 공부를 해왔는데 이번이 마지막기회라는 것이다.
콜라 한잔에 얼음을 넣어 건네며 마주 앉았다. 나는 사이다를 컵에 부었다.
“선생님, 저도 사이다를 마시고 싶어요.”
“콜라를 여기다 버리고 사이다를 받아볼래요?”
버리기가 아깝다며 콜라를 반쯤 마시고 나더니 그 위에 사이다를 부어달라고 한다. 색깔이 희석이 된다.
“콜라를 비우지 않고 사이다로 채울 수 있을까요?”
그건 절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내 마음 속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을 가득 채워 두지 않았나요?”
그제서야 아차하면서 그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무슨 공부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러다간 또 떨어지겠다 싶은 불안감 때문에 나를 찾아 왔다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 불안이라는 콜라를 가득 채워두고서 사이다를 부을 수 없다고 불안해하는 격이다. 비워야 채워지는 원리를 이해는 하는데 쉽지 않다고 푸념한다.
“지금부터 콜라 생각하지 마세요. 얼음이 든 시원한 콜라를 떠올리지 마세요.”
라고 요청을 했다.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 떠오른다며 손사래를 또 친다. 톡 쏘는 짜릿한 맛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콜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더 생각이 나게 되어 힘들다고 한다.
“이제는 사이다 한잔을 바라보세요. 사이다의 색은 무슨 색인가요?”
투명한 색이라며 사이다의 가스방울의 개수도 헤아려본다.
“지금 콜라 생각이 나나요?”
사이다 쳐다보느라 콜라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뇌교육에서 우리의 뇌는 부정을 모른다고 한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말에 초점이 맞춰져 떨어지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NLP(Neuro(생각)-Linguistic(언어)-Programming(기억된 대로 나타나는 행동))에서는 프레임 바꾸기를 안내한다. 콜라 대신 사이다를 주목하듯이 내가 원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어둔 생각이 나는 순간을 내가 바로 알아차리고 내가 원하는 장면을 선택하여 떠올리는 것이다. 생각의  필터를 바꿈으로써 생각이 달라지고 말과 행동이 달라져서 현실 세계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빨리 멈추고 알아차리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초등교실에서 시험을 망치는 아이가 가끔 있다. 흔히들 시험불안증이다. 틀리면 어머니께 혼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문제에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다 아는 문제도 틀리는 것이다. 어둔 생각이 어둔 결과를 낳는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망친다는 생각이 망치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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