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김영실

진주 대광어린이집

원장 김영실
원장 김영실

아이였을 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라 하면, 100% 놀이시간이었다.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을 갔을 때라거나, 선생님과 친구들과 소풍을 하러 갔을 때 기억, 생일파티, 산에서 들에서 뛰어놀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재밌는 건, 해외여행을 가도, 그 속에서 여행가이드가 하라는 대로 따라갔었다면 아이들은 그 기억이 '놀았던 기억'으로 잘 남지 않는다.
동네 놀이터라 하더라도 해외여행 간 것보다 더 자유롭게 마음껏 하고 싶었던 놀이를 했다면 그 기억이 더 깊이, 자연스럽게 뇌파에 남아 영화처럼 행복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여행의 주체가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 있다면 아이들의 기억에는 '시켜서 한 것, 따라간 곳'이 되어버린다.

"선생님(엄마) 또 언제 놀아요?"
방금 역할 놀이를 하고,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정리하는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묻는다.
"방금까지 놀았잖아~" 라고 대답하는 선생님. 그 아이는 낙심한 얼굴색을 띠며 선생님을 쳐다본다.  '놀았지만 놀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다.

놀이활동과 식사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다 보니 아이에게 식사는 내 놀이를 멈추게 한 방해꾼이다. 그래서 원에서는 아이들이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 이야기 나누기와 활동지 하는 시간이 위험한 시간이다. 우리들의 놀이시간을 빼앗는 흔히 말하는 "어른들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놀이가 종료되는 시점이 오면 이런 걱정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 다시 놀지? 분명 어른들은 나중에 하자~ 라고 할 텐데, 그럼 집에 가기 전까지 못 놀 텐데...'
'집에서 노는 것보다 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좋은데, 지금 안 놀면 친구들이랑 못 노는데 어떡하지?'
'원에서 노는 시간은 너무 짧아, 뛰면서 놀고 싶어'

놀이시간이 짧다보니,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은 오로지 '놀고 싶다'로 가득 차게 되고 삶에서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짐이 되어버리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로 변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놀고 싶다'는 욕구가 아니라 '놀고 있다'는 개념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리가 '노는 시간'의 개념을 주는 것보다 '너의 삶은 놀이'라는 개념을 주어 삶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놀이를 하듯이 개척하고 기획하고 실행하며 도전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의 장이라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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