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역사 나들이-35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순종(純宗, 1874~1926)이다. 그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황실의 자손이었다. 태어난 바로 다음 해에 왕위 계승자를 의미하는 세자가 되었고, 아버지 고종이 대한제국(大韓帝國)을 탄생시키며 황제로 등극할 때 황태자로 거듭났다. 일본이 아버지인 고종황제의 헤이그밀사사건을 빌미삼아 강제로 순종에게 임금 자리를 양위시켜 1907년에 황제로 즉위하게 됐다.

 

순종황제 즉위식은 1907827일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에서 거행되었다. 즉위식장에는 국내외 관원, 각국 영사(領事) 3백여 명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에게는 서구식 복장(대례복(大禮服) 또는 프록코트) 착용과 단발을 권하였다. 값비싼 서구식 대례복을 장만하지 못해 사직을 청하는 관리가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강압적이였다. 참석이 확정된 이들에게는 초청장과 안내 책지안 대황제폐하 즉위예식의주(大皇帝陛下卽位禮式儀註)를 배포했다.

순종황제 즉위식은 원구단(圜丘壇: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곳)에서 철저하게 전통방식으로 황제 등극의를 행했던 고종황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동아시아에서는 황제가 천자(天子)이기 때문에 하늘을 상징하는 공간인 원구단에 나아가 제사를 올려야만 정식 황제로 공인받는다고 여겼다. 순종황제는 끝내 원구단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제대로 황제 공증을 받지 못한 채 즉위하였다.

 

순종황제는 불과 4년 만에 허수아비 황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1910년 국권을 상실하면서 순종은 일본 황실에 종속되었고 이왕(李王)으로 격하되었다.

순종은 창덕궁에 기거하며 옥돌(玉突:당구)를 취미 삼아 힘든 순간을 털어버리려 했다.

1919121일 고종이 승하하였고 그로부터 10년이 채 안 된 1926425, 근대 전환기에 펼쳐진 구중궁궐의 갖가지 변혁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한순간도 마음 편한 날 없었던 순종은 53세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다.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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