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가 김윤세
전주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인산의학 발행인

소금 길
-죽염의 날에 즈음하여-

인생의 고해苦海에서 출발해
험난한 산 넘고 물을 건너
땀과 눈물을 흩뿌리며 걷는 고갯길
그 길은 소금 길
석가세존께서 오랜 세월
수도修道 고행苦行 끝에 마침내 깨달아
인류에 제시한 월고해越苦海의 대도大道
그 길은 소금 길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옛날
고난苦難의 십자가를 지고 떠나기 전에
세상에 남긴 빛과 소금의 가르침
그 길은 소금 길
‘불세출의 신의神醫’ 인산仁山 선생께서
하늘의 별과 지상 만물의 약성을 살펴 혜
안慧眼으로 밝힌 제창생廣濟蒼生의 큰길
그 길은 소금 길
머나먼 산야山野를 흐르고 흘러
온갖 미네랄을 머금고 마침내 당도한
그 누런 바다 심인心印에 새긴 불멸의 도道
그 길은 소금 길

洗耳人間事不聞 靑松爲友鹿爲群
세이인간사불문 청송위우녹위군
莫言隱者無功業 早晩山中管白雲
막언은자무공업 조만산중관백운

귀를 씻고는 세상일을 듣지 않는다.
푸른 솔, 사슴 무리와 벗 삼아 지낼 뿐
‘은둔자들은 하는 일이 없다’ 말하지 마라
산속에서 아침저녁으로 흰 구름을 관리하나니

당나라의 문인 진일제陳一齊가 지은, ‘산속에 숨어 사는 사람隱者’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진일제의 정확한 생몰연대는 전해지지 않으며 다만 당나라 때의 문인으로만 알려져 있다.
세상의 명리名利를 뒤로하고 깊은 산, 그윽한 골짜기에 초막을 짓고 은둔해 유유자적 살면서 수심修心, 수도修道, 음풍영월吟風咏月하는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내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는 일 없이 다른 사람들의 노고에 기대어 소일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사람이 더러 있겠지만 도연명陶淵明을 비롯해 이태백李太白, 두보杜甫, 왕유王維 등 세상의 불의不義와 타협하지 않고 미련 없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초야에 묻혀 야인野人으로 지내는 이들에게 그런 평가는 적합하지 않다.

당대의 최고 엘리트인 인인군자仁人君子요,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은 스스로 조용히 물러날 뿐, 비열하고 사악한 자들과 멱살 잡는 이전투구泥田鬪狗식의 추태를 연출할리 만무한데도 그런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견이 안타까울 뿐이다.
진일제의 이 시는 세상 사람들의 오해와 짧은 식견에 대해 구구하게 해명을 늘어놓기보다는 빙그레 웃으면서 ‘은둔자가 아무 일도 않고 허송세월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절묘한 표현 하나로 자신의 의중을 전하고 있다.
은둔자들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을,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보고만 있는 게 아니다. 높은 산봉우리 위에 걸린 흰 구름이 연출하는 순간의 아름다운 광경을 포착해 멋스러운 시문과 한 폭의 산수화 등 영원을 담은 불멸의 작품을 통해 많은 이에게 삶의 이치와 진리, 이상향을 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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