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하영갑

시인, 수필가, 이학박사
시림문학회 회장

논설위원 하영갑
논설위원 하영갑

긴 장마 끝에 빼 꼼이 바깥나들이를 한 몸집 큰 두꺼비 한 마리 모처럼 보는 모습이다. 별 생각 없이 다가서는 내 앞에서 갑자기 몸을 크게 부풀린 듯 했다. 웬 일인지 싶어 자세히 보니 작은 비닐하우스 옆 오이넝쿨 바로 아래 뱀 한 마리가 머리를 세우고 독을 피우고 있었다. 지나던 걸음을 멈추고 한 참을 지켜보니 뱀이 스르르 지나가고 만다. 막다른 길에서 두꺼비를 잡아먹을 법한 뱀은 왜 지나갔을까?
 
함정이나 덧에 걸리거나 그물에 걸리면 꼼짝 없이 당하게 된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걱정되어 쏟은 관심이 과오 되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힘이 있는 사람이 병약한 이를 지켜보거나 도울 기회가 생긴다면 얼마나 그 대상은 복된 사람인지 모른다. 능력자의 배려로 힘든 자신이 두터운 도움을 받았거나 그것이 연유가 되어 경제적 여유까지 생기게 되었다면 잊을 수 없는 좋은 인연이었을 것을.

일상생활 용어 중에 “덕”이라는 말이 있다. 고마움을 느껴 감사할 줄 알고 그에 널리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이는 덕 있는 사람으로 살만한 살이 일 것이다. 하지만 수 년, 아니 수 십 년 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가슴을 열어 놓고 베풀고 지낸 정다운 사이에서 갑자기 천둥번개나 돌이킬 수 없는 지진이 일어났다면 얕고 깊은 관계를 불문하고 얼마나 놀랍고 심장이 멎을 듯한 억울함과 괴로움을 겪을꼬. 이는 정말 주름 생기고 명줄 짧아 질 일이다.

힘든 세상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힘이 모자라거나 능력이 없거든 그런대로 살자. 없는 재주와 실력을 억지로 얻으려 하다가 가시에 찔리고 불에 데며 못에 걸리지 않는가. 옳든 그르든 둘 다 내 몸에 험 나고 심각한 대가를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별로 길지 않는 여행길 머리 손 발  잘 다스리자. 꼭 해야 할 것, 볼 것, 들을 것 만 행 할 수 있도록 잘 부려 실수 하거나 말려들지 않는 것이 바른 걸음이요 좋은 행실인 것이기에.
믿고 뱉은 말 한마디/ 편 한대로 해석하고/ 주린 정 채우고파/ 작은 마음 귀케 받아
알콩달콩 살고지고/ 새록새록 엮고 파서/ 술 밥 간에 주고받은/ 그 정 모두 갈아엎어/ 변한 강산 또 변하여/ 황무지가 되었구나. 

이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너무 과하게 좋아 엎어지거나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한 거리 유지하며 작은 여유라도 부리며 살아가는 것 잊지 말자. 우리는 지금까지 손발이 입에 밥 떠먹이던 시대가 이젠 “내 입 안의 혀로 남의 귀에 ‘말’ 떠먹이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스승님의 말씀이 생생하다. 제대로 된 정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밝은 이웃과 나를 만든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그리고 내일 밥상머리에서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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