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맞는 가을! 이 때가되면 가슴이 출렁거린다. 날마다 달라지는 파란 하늘에 얼기설기 띄엄띄엄 아기자기하게 걸리고 널린 하얀 뭉게구름. 누가 그 장엄한 그림을 그렸을꼬. 뙤약볕 아래 마른 듯 비틀어진 껍질사이 나뭇가지에 겨우 물 올린 뿌리.  긴 장마 웃자람에 약해지고 늘어진 이파리. 연이은 태풍에 찢기고 부러진 깊은 상처 아물 틈 없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여 다가 온 가을이 아닌가. 이제 결실을 마무리하면서 추위마저 느끼게 한다. 이는 바로 모진 풍파 안고 가는 우리의 여린 삶과 무엇이 다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도 땅도 물도 이 가을을 기다리고 반긴다. 헬 수 없는 숨들의 터. 누구하나 반감(反感) 없이 맞이하는 가을. 뛰고 다투고 볶던 일터나, 지지고 튀기던 정장(政場)이나 숨 막히는 마스크 걸이의 두 귀가 헤어질 때까지 불편함을 견디며 생활해야하는 일상의 역군들. 잠시라도 큰 숨 들이키며 시원한 자연의 원색에 심신의 피로를 덜고 싶어 기대하고 기다렸네.

  이젠 뉴스시간에 ‘특집’과 ‘긴급’이라는 단어는 보고 싶지 않다. 소득 없는 정쟁도 모자라는 정책도, 나쁜 뉴스보다는 좋은 뉴스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는 하지만 이제 너무 지쳤다. 부모자식 부부간도 가정도 사회도 나라도 자꾸만 지쳐 간다. 어느 장수가 이것을 회복시켜 줄 것인가. 누구의 힘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걱정이다. 기(氣) 빠진 나라. 얼빠진 국민 되기 전에 우리 모두 일어서자. 우리 함께 바르게 나서자. 크고 작은 수풀 사이 순식간 거침없이 쏟아져 흘러내리는 단풍! 양팔 벌려 한 가슴 안고 서서 크게 한 번 외쳐보자.
“우리 같이 힘내자! 우리함께 가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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