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영혜
경남 진주 출생
2019년 개천예술제 시부문, 신인상 등단
진주실버문화아카데미 수료
시간문학회 회장

시인 정영혜
시인 정영혜

찬 바람에도

주저없이 푸른 작업복을 일제히 벗는다

깊게 감춰둔 파티복이었을까

화려한 조명 아래 각색으로 차려입은 축제 의상

이토록 빠르게 스쳐간 시간

샛노랗게 질린 은행잎 바람 입고 춤추며 내려앉는다.

 

황당한 단풍잎 볼을 붉힌다

남겨진 햇살만큼 즐기는 촉박한 시간

철들자 마지막이다

천국 여행길 날다 땅으로 내리꽂는 낙하

가자미가 가진 지느러미라도 달렸을까

폭격하는 소리는 창백한 무음이다

엄마한테 달려가 안기는 소리도 무음

 

긴 시간 짧은 여운

꿈을 위해, 잠깐이나마

더 날지 못해 내려앉는 회귀점

둥글게 몸을 감아 둥근 지구에게 둥글게 안긴다

함께 춤춘 시간은 얼마였을까

발가벗는 시간, 그 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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