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 52
류준열
수필가, 여행칼러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작품집: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류준열
류준열

 

수풀 뒤덮인 높은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끝없이 먼 길, 간혹 스쳐가는 누추하고 낡은 원두막처럼 생긴 초라한 전통 가옥, 사람들과 섞여 길가 어슬렁거리는 가축 무리, 좌우 펼쳐진 울퉁불퉁 솟은 많은 능선

라오스 메콩강 항구도시 루앙프라방에서 1200미터 고원도시 폰사반, 폰사반에서 동굴의 소도시 중국 게림과 흡사한 소계림 방비엥으로 가는 천리 길, 하늘과 산 맞닿은 하늘 길
낡고 때 묻은 옷 걸쳤지만 비굴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높은 산등성이에서 하늘 받들고 산과 하나 되어, 정해진 인연 거스르지 않고 높이 있으면서 낮게 살아가다.
불그스레한 아침노을부터 산봉우리 짙어가는 저녁 낙조까지 화전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하늘 총총 박힌 푸른 별 바라보거나, 풀벌레 우는 소리 들으며 적막의 산속 가족과 오순도순 살면서 겪고 넘어야 할 생로병사, 자신 앞에 주어진 숙명으로 여기고 연연해하지 않는다.
평생 세상 밖 문명 부러워하지 않고, 가고 오는 세월 손꼽아 헤아리지 않는다. 어제는 어제이고 내일은 내일일 뿐, 오늘 하루 충실하고 만족하면 그만인 걸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산속 파묻혀, 하늘과 땅 받들고 인연 따라 은자처럼 청빈하게 살아가는 고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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