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문주교육학 박사초등교육코칭 연구소장본지 논설위원
시인 조문주
교육학 박사
초등교육코칭 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선생님, 빨리빨리요.”
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달려가 보면 두 아이가 엉겨 붙어 치고 박고 싸우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말리느라고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발견한 즉시 “멈춰!” 소리를 먼저 지른다. 대부분 주춤하고 멈추는데 어쩌다가 분노 조절이 어려운 아이는 더 억울하다는 듯이 멈추지 않고 폭력을 계속 휘두른다. 교사를 무시하고 끝까지 싸우려 들기에 힘을 써서 제압할 수밖에 없다. 일단 바닥에 같이 꿇어앉히거나 떼어놓는다. 때로는 상대 아이를 피신시킨다. 분노의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가라앉게 되는 것이다. 팍 이기고 싶은 아이에게 귓속말을 건다.
“많이 화가 났구나. 그래도 일단 멈추는 걸 먼저 하는 거야. 멈추라는 말을 어긴 건 너희가 잘못했어. 자 긴 호흡하고~~.”
모래시계 한번 돌릴 정도만 멈추어도 거의 상황은 종료될 때가 많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나야 대화가 가능해진다.
“내가 실수로 한대를 때렸는데 지는 두 대를 때리잖아요. 그것도 세게요.”
“그래서 화가 많이 났구나. 많이 속상했겠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멈추어 생각하지 않고 폭력을 사용한 점에 대해 말을 주고받는다.
아이들이 싸우는 원인 중에는 오해하고 미리 단정 짓는 경우가 많다.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관해서 물어보지 않은 채 자기의 마음대로 추측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옳다고 우기기 때문에 싸움이 된다.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는 건 생각할 겨를이 없다.팍 이기고 싶은 본능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 지금, 네 마음은 안 그런데 억지로 나한테 잘 해주는 거지?”
전쟁이란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두 나라 모두 손해라는 걸 배운 터라 폭력을 썼기에 둘 다 벌칙을 수행해야 한다. 둘이서 손잡고 운동장 10바퀴를 돌아야한다. 필자가 양손 잡고 같이 뛰어주기도 한다. 뛰면서 서로 웃기도 하며 들어온다.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지낼 때가 많다.
“어제 대판 싸웠어요.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요.”
부부싸움 한 새댁은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 설거지 문제로 토닥거리다가 양가 부모 이야기가 나와 싸움이 붙었다는 것이다. 아이들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편이 지난 번 명절에 친정에 섭섭하게 한 것을 털어놓는다. 새댁의 말을 어느 정도 듣고 나서 남편을 불렀다. 아내를 잠시 내보내고 남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처가보다 가난하다고 얕보는 말투를 참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혼 할 생각은 없다. 
아내와 남편에게 각각 5분간씩 말하기를 시켰다. 말 중간에 따지고 들려는 아내를 말려가며 끝까지 이야기 들어주기를 거듭했다. 서로가 자존심 대결이었음을 인정했다. 팔짱을 끼어 주며 남강변을 한 바퀴 돌아오라는 벌칙을 주었다. 새댁이 억지로 따라 나선다. 잠시 후 멋적게 웃으며 돌아온 부부에게 부부대화 규칙을 정하도록 했다.
첫째, 한 쪽이 화가 난듯하면 일단 멈추어 들어주기. 둘째, 지레짐작 하거나 딴지 걸지 않고 발언시간 정해서 대화하기. 셋째, 해결이 잘 안 되어도 팔짱끼고 산책하기.
우리 반 아이들과 어른들의 싸움이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 오해하며 자존심 대결하는 구도다. 본능적으로 이기고 싶어 한다. “팍 이기고 싶니?” 잠깐 이긴다고 해서 달라질게 없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오래 행복하고 싶으면 ‘잠시 멈추어 기다려주기’ 다. 물러서서 멈추고 나면 지혜가  생긴다. 상대는 또 다른 내 모습일 뿐이다. 이겨서 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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