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13룡 등판론'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라며 일축했던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대한 많은 후보들을 경선에 끌어들여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지만 여기엔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숨어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여권 주류이자 최대 계파인 친문계가 '13룡' 띄우기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1998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엔 이른바 '9룡'이 있었다. 이회창 이인제 이수성 이홍구 김덕룡 최형우 이한동 김윤환 박찬종 후보였다. 9룡의 대권 레이스는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경선에서 이기는 자가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여유롭게 이길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야당에선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준비하고 있었지만 9룡의 '흥행몰이'에 빛이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이회창 후보는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이인제 후보를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패했다. IMF 외환위기, 자녀 병역 논란, 호남과 충청의 DJP 연합,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 출마 등 수많은 악재가 겹치면서 이 회창 후보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인제후보가 탈당해 독자출마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1.5%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9룡' 간 레이스에서부터 시작된 '이회창 대세론'이 그만큼 공고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른바 차떼기당이라는 소리까지 나돌정도로 우세했으나 이인제 출마로 차떼기당도 깨지고 말았다.
차떼기당이 패배하므로서 이때부터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바뀌게 되어 진보좌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게한 원인제공을 이회창 후보가 한 셈이 되었으므로 그 책임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훌쩍 지난 정치권에 다시 '용들의 전쟁' 가능성이 꿈틀거리고 있다. 진원지는 여권 내부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외엔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가 떠오르지 않자, 최대한 많은 잠룡들을 끌어들여 판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와 이 대표 외에 11명이 여기에 이름을 올리면서 '13룡'이란 이름이 붙었다.
13룡은 주로 지역별로 분류된다. 호남에선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고 PK에선 김경수 지사와 김두관 의원, TK에선 이재명 지사를 필두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전 의원이 꼽혔다. 강원의 이광재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서울 박용진 의원도 이름을 올렸고 충청의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까지 더하면 13룡이 되는 셈이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는 일찌감치 차기 후보로 거론되며 '양강'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모든 여론조사에선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제치고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균 총리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사퇴한 뒤 레이스에 뛰어들 전망이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12월 "각오가 섰다"면서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1월 28일 대선 출마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 긍정적으로 답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그동안 '차출론'이 끊이지 않았다. 친문계 3후보론 움직임과 관련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사들 중 한 명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퇴임 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이인영 장관 역시 그동안 자천타천 차기 후보로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현역 단체장인 양승조 최문순 지사도 눈길을 모은다. 무엇보다 김경수 지사가 포함된 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친문 적자' 김 지사는 당초 친문계가 내세우려 했던 후보로 알려져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1, 2심 모두 유죄를 받으면서 사실상 차기 도전이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친문 일각에선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는 기류에서 무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13룡 등판론에 대해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소설 같은 얘기'라는 반응이었다. 한 중진급 의원은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외엔 출마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 등을 나열한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돌아다니는 이런 명단은 그 진위 여부보다는 왜 나오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한 친문계 핵심 인사가 최초로 13룡을 언급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13룡 등판론이 불거진 배경을 두고 분석이 한창인 모습이다. 앞서의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재명 지사의 경우 좀처럼 30%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야권에서 아직 제대로 된 후보조차 없는 상황인데도 이렇다. 출마 여부도 모르는 윤석열 총장을 상대로 이런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했다.
13룡은 판을 키우자는 것으로 과거 신한국당이 '9룡'을 내세워 바람을 일으키는 흥행을 했던것처럼 말이다. 이낙연 이재명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차기 주자로 거론됐다. 자칫 식상한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또 뻔한 경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며 보수 야권에서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감당하기 어려워질수 있다고 하며 최대한 판을 키워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아야 한다는 전략에서 일단 등판하는 후보들의 머릿수부터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친문 재선 의원은 13룡 등판론에 대해 "정치인들에게 '대선 출마 경험'은 큰 스펙이나 다름없다."며 "소수를 제외하곤 기대할 만한 후보들이 제법 있다는 의미로 경선 레이스를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면 향후 민주당을 짊어질 정치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13룡 등판은 실보단 득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친문계의 제3후보 찾기 움직임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즉, 판을 키우는 게 아니라 '판을 흔들기 위한' 노림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반 이재명 정서'가 깔려 있다. 최근 이 지사가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독주하자 13룡이 다시 확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 이다.
비문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13룡 등판론의 핵심은 이 지사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친문계로선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친문은 경선에서 제3후보가 아닌, 4후보 5후보까지 내세워 경쟁을 시키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는 경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면에 '적자 후보'가 없다는 고민이 함께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13룡이 등판한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이낙연, 이재명 양자중에서 결정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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