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문주
교육학박사
초등교육코칭 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시인 조문주
시인 조문주

 

몇 해 전, 이웃 학교에서 초등 5학년 남자아이의 부적응 행동에 대한 대책 의뢰가 들어왔다. 1학년 때부터 온 교실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5학년이 되었다는 거다. 아이들에게 침을 뱉고 욕설하며 폭력을 쓰면서 학교 밖을 뛰쳐나가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들어왔다가 도서실에 가서 혼자 뒹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도 거의 먹지 않는다. 잦은 학교폭력 사안에다가 순간적으로 어떤 사고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아이라 담임교사는 늘 불안하다. 담임교사가 친구라 적극 달려갔다.

교장선생님을 중심으로 담임과 필자, 사서교사가 협력하여 대책회의를 했다. 바우처 상담교사도 같이 논의했다. 산소가 많이 필요한 아이다. 필자는 고압산소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산소 결핍시 고압산소통에 집어넣듯 아이 존재에 대한 인정을 충분하게 해주어서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혼을 내기보다 성장하고 있음을 믿으며 격려하기로 했다. 1년 정도 걸릴 거라고 보았다.

수업으로 아이 만나기를 했다. 필자가 매주 2시간씩 또래 속에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수업을 했다. 학급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이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갔다. 담임은 미술활동을 많이 하고 도서실에서는 사서교사가 좋은 책을 소개했다. 교장선생님은 구체적인 칭찬과 격려를 하고 다른 교사들은 아이와 장기두기를 하며 소통했다.

학부모와의 소통도 필자가 맡았다. 아이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빠가 양육하게 되고 방치되어 길러졌다. 1학년에 들면서 엄마가 아이를 데려와 기르지만 많은 부분에서 미숙하였다. 학교 전화는 불안해서 받지 않는 엄마와 저녁을 먹으면서 소통을 시작했다. 엄마 역할 훈련을 권했다. 통제나 억압의 엄마보다 코칭형의 역할과 의사소통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역할을 어려워해서 매일아침마다 전화통화로 격려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필자의 수업에만 참여하던 아이가 일반 수업에도 참가하기 시작하고 문제행동 빈도가 아주 줄어들었다. 4개월 정도 지나 여름 방학이 될 무렵 아이는 또래와 잘 어울리고 점심도 먹으며 잘 적응했다. 아이가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이 지난 9월 첫 주, 다급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자살하겠다고 소동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만나니 엄청나게 운다. 잘하고 싶은데 안 된다며 자기는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같이 울었다. 방학동안 아이는 다시 방치 되었던 것이다. 엄마에게 아이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수 십 번 말해주면서 안아주고 맛있는 거를 사주라고 했다. 다음 주에 만나니 절대로 자살 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교장선생님 이하 담임교사 등 주변 모든 분들의 인정과 격려 속에 아이가 성장하고 있음을 믿게 되었다.

 

교실마다 산소가 부족한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 중 몇 명은 지리산 서당에 와서 학교에 다닌다. 필자는 이 학교 근무를 자청했다. 지역에 사는 아이 한 명을 제외하고 12명의 아이들이 부적응 행동 특성들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 버림받은 듯한 피해의식이 더 컸다. 부모님의 사랑을 믿도록 확인시켜주어야 했다. 떼를 쓰며 고집부리는 행동을 타이르며 시간당 28번이나 용서해주었던 적도 있고 5개의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는 도전을 47번 만에 통과한 아이도 있다. 과격한 행동 멈추게 하느라 레슬링도 해야 했다. 서당에서는 원격수업 지도뿐만 아니라 일기쓰기나 독서를 잘 챙겨주었기에 아이들이 성장해나갔다.

욕심을 좀 내려놓고 아이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격려를 충분히 주는 고압산소법에 아이들은 크게 숨을 쉬며 빛을 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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