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봄 이야기

·시인 김재희(법선)·월간 시사문단 등단·소태산 문학상 대상·한국문인협회 회원·월간 멸공전선 발행인
·시인 김재희(법선)·월간 시사문단 등단·소태산 문학상 대상·한국문인협회 회원·월간 멸공전선 발행인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까이 온다.”

영국 시인 셀리의 시로 희망의 봄을 이야기할 때 많이 인용한다.

우리나라에도 봄을 노래한 시가 많다. 첫째로 창마 유치환의 시 춘신(春信)이 유명하다.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사이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 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두번째로 유명한 시가 박정만 시인의 「겨울 속의 봄 이야기」이다.

뒷울 안에 눈이 온다. 죽은 그림자의 머언 기억 밖에서 무수한 어둠을 쓸어내리는 구원한 하늘의 설화. 나는 지금 어둠이 잘려나가는 순간의 분분한 낙하 속에서 눈뜨는 하나의 나무. 눈을 뜨는 풀꽃들의 건강한 죽음의 소생을 듣는다. 무수히 작은 아이들의 손뼉소리가 사무쳐 있는 암흙의 깊은 땅속에서 몸살난 회충들은 얼마나 앓고 있는가.

사방에 사유의 충치를 거느리고 밋밋한 수해를 건너오는 찬란한 아침 광선, 수태한 여자의 방문 앞에서 나는 청솔과 반짝이는 동전 몇 잎을 흔들며 자꾸만 서성대고 있다.<중략>

홀연 도련님 눈썹 위에 내려앉는 청아한 뻐꾸기 울음소리, 봄의 젖줄을 잡아 당기는 따스한 모정의 촉감을 한 줄기씩 내리어 꽃대의 등심(燈心)을 밝히고 섰는 어머니의 축복을 누가 알까. 가가호호 문전마다 신춘대길이라 방을 붙이고,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옮겨 앉는 메아리. 시간은 상처 난 손을 떨어뜨리며 지나가고 겨울냉기는 땅강아지 발목 앞에서 바쁘게 무너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세계는 끊임없이 시끄럽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계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끝모르게 일어나 사그라들 줄 모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인 물류대란,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마치 해방 전후를 방불케 하는 좌파와 우파의 갈등 등 국내외적으로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세월은 끊임없이 흐르는 법, 새해인가 했더니 벌써 한 달이 지나가려고 한다. 곧 봄이 올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를 읽으며 봄을 기다려야 하겠다.

봄을 꿈꾸며, 무지갯빛을 꿈꾸며, 희망을 기도하며 사노라면 어느새 우리 곁에는 따스한 봄이 오고, 희망의 새날이 오고, 코로나도 저 멀리. 물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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