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기도
한 생을 호미자루 들고
흙 속에서 자식들 영글어가는 재미에 살았습니더
청춘이 닳아
헝겊조각이 되어도
구멍 난 자식들 메워 줄 곳 살피며 살았습니더
알토란같은 자식들한테
무지렁이 같은 어미모습
부끄럽게 들킬까봐
산송장 같이 살았습니더
안 죽는다는 말 빈말이고
늙어빠진 질긴 목숨 어찌할 재간이 없으니
어쩌던지 염치없이 요양병원에 누워있지 말고
자식들 애태우지 말고
사는 날까지 몸성히 살다가
미련 없이 곱게 따라 나설 테니
자는 잠결에 영감 곁에 가게 해주이소
부디 자는 잠결에 가게 해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