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논설위원(문학)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논설위원(문학)

 

“선생님, 글쓰기 계속해요. 체육 시간 포기할게요.”

어느 학교 아이들이 글쓰기를 하는 중에 마치는 음악이 울린다. 다음은 체육 시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수업을 마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언가요? 비법을 좀 알려주세요.”

그러면서 글쓰기 수업 참관을 하신 선생님마다 무릎을 친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방법이다. 핵심은 아이들의 속엣말을 끄집어내는 거다. 학년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글쓰기 수업의 흐름이다.

‘자기의 경험을 글감으로 하여 글쓰기를 해봅시다.’

라고 칠판에 적어두고 수업을 시작한다. 대부분 자기들은 글쓰기를 못 한다고 한다. 글쓰기 수업을 하자고 하면 처음엔 시큰둥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노래할 수 있고 시낭송을 할 수 있지만 잘하기가 어려운 거죠. 여러분은 이미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앞반 아이들이 쓴 글들을 예시로 읽어준다. 친구들의 경험이 재미있게 표현된 글을 읽으면서 자기들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설명한다.

“김장할 때 어떤 재료들이 필요한가요?”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재료들을 자신 있게 말한다.

“여러분의 특별한 감정이 생겼던 경험을 김치의 양념처럼 섞어 글을 쓰는 겁니다.”

무엇보다 자기의 생활 속 경험이 중요한 글의 재료임을 상기시킨다.

“먼저 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 중, 특별한 기억이 나는 일들을 떠오르는 데로 적어볼까요?”

할머니 집, 로봇랜드, 누나와 싸운 일, 친구, 월드컵, 강아지 등의 다양한 경험을 대충 떠올려 적는다. 재미있었던 일만 쓰기보다는 반전이 있는 경험이 글쓰기에 재미를 더해준다.

“이 중에서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이 있었던 일을 골라볼까요?”

그냥 재미있었던 일을 고르라기보다 여러 보기를 보여주면서 그 일과 관련하여 ‘속상했다. 짜증이 났다, 억울했다. 슬펐다. 놀랐다. 울었다. 아팠다. 기뻤다. 성공했다. 궁금했다. 실패했다. 방해했다. 도와주었다. 행복했다. 달라졌다. 방해받았다. 그 외~’의 말들에 0표를 하게 한다. 이 중에서 감정의 변화가 가장 다양한 경험을 글감으로 하여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글의 첫머리 쓰는 법을 안내한다. 5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글의 첫머리 쓰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나는 오늘~’이란 글로 시작했던 아이들에게 대화 글로 시작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만화 글에 말 주머니가 있죠? 글쓰기의 말 주머니는 따옴표랍니다.”

다음으로 내 감정의 변화에 따라 자기의 경험을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하게 써보게 한다. 자세한 묘사가 없이 건너뛰어 쓴다면 그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있었던 경험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흥분하며 말을 한다. 그 내용을 글로 써보게 하거나 말을 받아적어 주면 글쓰기의 마중물 역할이 된다.

보통 한 문장의 길이를 짧게 써보도록 하면 제법 읽을만한 글이 탄생한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잘못되어도 된다고 하면 특별한 생각들이 삐뚤거리는 글씨로 자국을 남긴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생각이 앞서가기에 손 글쓰기를 힘들어한다. 입말을 손글로 대신 받아 적어주면 성취감이 높다. 글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교정을 해가며 첨삭하는 과정에서 글쓰는 재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이다. 작가로 거듭나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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