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히
나는 연필깎이입니다.
이름은 용순이 입니다.
주인이 내 얼굴에 낙서를 하고
배에도 낙서를 하고
눈까지 낙서를 합니다.
내가 괜히 태어났나 봅니다.
나는 핸드폰입니다.
새로 샀다고 기분 좋아하더니
지금은 던지고 낙서를 합니다.
내가 괜히 인기를 끈 거 같습니다.
나는 침대입니다.
맨날 주인이 뛰고 벌러덩 누워서 힘이 듭니다.
주인을 잘못 만난 듯합니다.
꺼져버릴 거 같습니다.
나는 신발입니다.
주인이 나를 던지고 구겨 신습니다.
씻지도 않고 엉망입니다.
발냄새가 지독해서
코가 다 막힙니다.
나는 마스크입니다.
마스크가 더러워도 새로 갈지도 않고
구멍을 내고 찢기도 합니다.
더러운 입냄새도 납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빨리 끝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