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많을까? 안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을까?”

1학년 ‘안전한 생활’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교통 규칙을 안 지키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이구동성이다.

“언제 보았나요?”

“우리 아빠는 과속을 잘해요.”

“어른들은 교통신호를 잘 무시해요.”

TV에서 사고 난 것도 많이 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럼 교통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많으니까 잘 안 지켜도 되겠구나.”

“그래도 나는 잘 지켜야 해요.”

이어서 아이들이 지켜야 할 교통 규칙을 말해보게 한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빨간 불에도 슬쩍 건넌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차도 없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건너도 된다고도 한다. 할머니 손잡고 그냥 건넌 적도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의식 속에는 남들은 교통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많을까? 나쁜 사람이 많을까?”

“나쁜 사람이 훨씬 많아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이들이다. 교육의 영향일까? 교육과정 속에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면 조심하라’라고 가르친다고 해서 그런 걸까? 인터넷이나 TV 등의 매체가 나쁜 사람들을 많이 부각해 방영하기에 그런 걸까? 왜 우리 아이들의 눈에 나쁜 사람이 넘쳐나는 것처럼 비칠까? 아이들은 친구를 칭찬하기보다 비난하기를 더 잘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교실에서 벌어지는 많은 고자질의 내용을 보면 자신은 착한데 그 친구는 잘못했다고 말한다.

이 의문을 ‘내로남불’에서 찾아본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뜻을 가진 줄임말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지 왜곡 현상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만 선택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데이비드 M. 메식 교수 연구팀이 이와 관련한 실험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은 착하고 타인은 나쁜 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기억이 자신의 행동은 미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많은 시간 동안 잘해주고자 애를 써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이 잘한 일을 알아주지 않거나 잊어버리면 서운한 마음을 넘어선다. 사춘기 아이들의 경우에는 앙심을 품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불쾌한 일을 저지르면 절대로 잊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난 ‘선택기억’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때 네가 그랬잖아?”

상대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당할 수밖에 없다. 자기는 오래전에 사과를 했고 잊었는데 친구는 잊혀지지 못했음을 인지시키면 곧 풀어진다. 사람의 마음 작용이 그런 거라고 하면 이해를 하는 아이들이다.

“나도 착하지만, 친구도 착하다는 걸 믿을게요. 우리는 소중한 보물인 거죠? 조심하라는 거죠? 낯선 사람 안 따라가고 교통 규칙을 더 잘 지킬게요. 안전한 생활을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척척 대답을 잘한다. 그래서 교육의 힘이 필요한 거다. 세상 사람들이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키며 나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생각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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