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신념으로 말 하나요?

 

“선생님, 저 애는 원래 못 말리는 애예요.”

“그래? 언제부터?”

“유치원 때부터요. 늘 우리를 괴롭히는 아이였어요.”

1~3학년 수업을 시작하려니 철수를 가리키며 다른 아이들이 하는 말이다.

“그동안 좋은 선생님 만나서 바뀐 부분은 없다는 뜻이니?”

갑자기 옆에 앉은 1학년의 아이가 운다. 철수가 쳐다보았다는 것이다. 기분이 나쁘다며 운다. 유치원 때 과격한 행동으로 자기를 괴롭혔다고 한다. 그래서 싫은데 쳐다보아서 옆에 안기도 싫다고 한다.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한다.

새로운 선생님이 아이를 잘 모를까 싶어서 친절하게 일러주는 말들이 기가 찬다. 부정적인 말투성이다. 소인수학급이라 저학년을 모두 모아도 6명이다. 철수를 제외한 5명이 각각의 생각을 말하며 철수와 옆에 앉기를 싫어한다. 아이들의 말을 ‘잘못된 신념’으로 분류해보았다.

“철수는 언제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요.”(과잉 일반화_작은 사건의 한두 가지를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것)

“철수는 원래 나빠요.”(꼬리표 붙이기_경멸적인 꼬리표를 사용하는 것)

“철수가 그러는 것 정도는 별거 아니니 무시하세요.”(여과하기_긍정적인 면을 무시하는 반면 부정적인 점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것)

“철수는 나빠요. 같이 놀기가 싫어요.”(양극화된 사고_모든 일을 흑백 논리적 말과 범주)

“철수가 해 봤자 빤해요.”(재앙화_최악의 일이 발생하리라 예측하는 것)

철수를 대하는 주변 아이들의 신념들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정도면 철수와 놀이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도덕 수업으로 바꾸었다.

“정말 그럴까요?”

아이들이 확신하며 던진 말들을 하나하나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질문형식으로 바꾸어 물었다.

“철수는 언제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가요? 지금 철수가 가만히 앉아서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있지 않나요?”

아이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다른 질문에도 자기들이 잘못 생각했음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유치원 때 별나게 행동한 일 때문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말한다는 게 건강한 걸까요?”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말들이 철수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부정으로 부딪힌다. 자기도 모르게 한 행동 때문에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특히 소인수학급의 아이들은 또래가 바뀌지 않기에 잘못된 신념이 그대로 각인되어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신혼여행 때 실수한 일로 평생 우려 쓰는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남편이 아내의 짐 가방을 안 내린 일로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며 몰아간다. 그러면 남편은 발끈 화를 내며 문을 닫고 나가 버린다. 죽을 때까지 이 말을 들어야 하는 자신이 비참해진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에 시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평생 시어머니를 안 보고 사는 며느리도 보았다. 시어머니가 용서를 구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싫기에 안 만나며 사는 게 편하단다.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한다. 철수에게 다가가서 긍정의 말을 건네는 시간을 가진다. ‘긍정샤워’ 시간을 주었다. 철수의 좋은 점을 충분히 찾아서 말하고 잘못 말했던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도록 했다. 이어서 자기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철수는 글을 줄줄줄 쓰기 시작했다. 내용이 아주 창의적이라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했다. 철수는 특별한 생각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향적이며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은 자기와 다른 철수의 성향을 불편하게 여길 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수업 놀이를 함께 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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