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여러분은 지금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 중입니다. 갑자기 커다란 파도와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배에서 도망을 쳐야합니다. 다행히 구명보트가 있어서 여러분과 소중한 10가지와 함께 피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 10가지를 쪽지에 한 가지씩 적어보세요.”

3월 도덕 수업을 시작할 때면 많이 하는 ‘소중함’놀이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휴대폰과 엄마 아빠는 빠지지 않고 적는다. 이어서 돈, 핸드폰, 동생, 먹을 거 등을 적는다. 소중한 것이 10가지 넘어서 더 적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가하면 10가지를 다 못 적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구명보트가 점점 가라앉고 있어요. 내가 살기 위해 선택해야 할 시간입니다. 소중한 물건이나 사람을 버려야할 겁니다. 포기할 수 있는 것 3장을 책상위에 놓으세요.”

많이 아쉬워하면서도 3장 정도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아이들이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아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남은 일곱 장중에서 한 가지씩 버리자는 내레이션을 들으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는 아이들. 왜 고민하느냐고 물으면 이유도 다양하다. 자신이 선택하기가 어려우니 나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하는 거라고 말하면 무척 힘들어하다가 뒤집어놓고 무작위로 선택하기도 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기가 소중한 물건 속에 있다. 요즘은 휴대폰이다. 엄마를 소중하게 하는데 비해 아빠는 10장 속에도 끼이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동생을 버리고나서 엉엉 우는 아이도 있다. 모두 소중하기에 버릴 수가 없다고 고민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소인수 학급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말을 전체가 들을 수 있지만 20명이 넘을 경우에는 모둠별로 자기의 의견을 말한다.

마지막 두 장을 남긴다. 폭풍우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장을 고르라고 지시한다. 아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훌쩍이기 시작하면 전체가 엉엉 울기도 한다. 저학년에서는 가족이 우선순위에 있으나 고학년에서는 휴대폰과 가족이 같이 남는 편이다. 휴대폰을 고른 이유는 부모와 소통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를 살리고 자기가 죽겠다는 아이도 있다. 코칭연구소를 찾는 어른들도 이 활동에서 숙연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선택에 대한 정답은 없다. 본인이 이것 없이도 살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선택을 존중하고 비난하면 안 된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이 활동을 통해서 자기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버리기로 한 항목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거다.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돈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진정한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소감문을 보면 마지막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다.

“선생님, 얘가 내 지우개를 떨어뜨렸어요.”

기분이 나쁘다며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추세다.

“지우개가 소중하니, 친구가 소중하니?”

어떤 문제 상황이 생기면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소중함’놀이 활동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친구’라고 대답하기는 한다. 그래도 마음이 상해서 투덜거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물건보다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하고 배려해야함을 먼저 인지시키지만 쉽지는 않다.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한 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찾는 것이 도덕수업의 전부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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