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잘못인가요?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선생님, 제 동생의 탄원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래전부터 상담코치 받던 내담자의 요청이다. 남동생이 교도소로 가게 되었단다. 기꺼이 써 주겠다고 했다.

어쩌다 부모 없이 자라면서도 자신을 잘 지키려고 애를 써온 이 남매를 두고 누가 죄를 물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남매를 만난 건 4년 전이다. 누나가 자기에게 트라우마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코칭을 요청했고 동생도 만나게 되었다.

공무원 하시는 아버지와 딸 아들 낳고 행복하게 살던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동생이 네 살 때였다. 밤늦게 퇴근하던 아버지가 뺑소니 차 사고로 돌아가신 것이다. 어머니는 두 아이 교육보험까지 넣으며 열심히 살았다.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나쁜 사람에 의해 어머니는 살해되었다. 갑자기 고아가 된 남매, 오갈 데가 없어 큰댁에 들어갔다. 늘 싸우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비슷한 또래의 사촌 3명. 남매는 눈칫밥을 먹으며 버텼다. 그래도 꿋꿋하게 잘 자라 누나는 대학을 잘 마치고 교사자격증을 땄고, 동생은 고등학교를 잘 마쳤다.

남매는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님을 원망만 하고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천도재는커녕 제사를 지내준 적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원불교에서 부모님 천도재를 지내기로 하였다. 천도재 지내는 동안 7일에 한 번씩 7주를 만났다. 동생은 자기가 결혼할 때 부모 자리에 좀 앉아 달라고 한다.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살 거라고 한다. 누나와 재활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예쁜 강아지도 잘 돌보는 씩씩한 청년이었다.

그러다 강아지가 죽게 되었다. 남매는 참 많이 울었다. 곧 누나는 직장을 구해 독립해서 나갔다. 외로움을 견디다 이웃의 한 친구를 만난다고 좋아했다. 처음엔 잘 친했다. 차츰 동생에게 술값을 내라 그러고 자꾸 치근덕거렸다. 그러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었고 사람을 쳤다고 고발당했다. 동생은 폭력죄로 고발되었고 이 남자에게 합의금을 주고 집행유예가 되었다. 문제는 전과 12범이라는 이 남자가 수시로 동생을 괴롭혔다. 코로나시국이라 일자리가 없어 자격증 공부하는 틈틈이 밤 대리운전기사로 일을 하였다. 낮에 잠을 자고 있으면 이 남자가 일부러 창문을 두들기며 지나가 잠을 깨우고, 계란을 던지고 도망가는 등 속상한 일이 많았다. 참다가 참다가 돈을 물어줄 요량으로 술 한잔 마시고 그 집 문을 쳤다. 문이 쉽게 부수어졌고 동생은 잡혀갔다. 동생은 집행유예 중에 기물파손을 하면 바로 잡혀가는 건 줄을 몰랐다고 한다. 어리석게도 문 값을 주면 해결이 될 줄 알았다고 한다. 동생은 바로 교도소에 들어가서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유승혁의 ‘고아’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날 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 / 내 죄 아닌 내 죄에 얽매여/ 들풀처럼 살아온 이 한 목숨

가시밭길 헤치며 살았다 / 상처뿐인 내 청춘 피눈물 장마 /아 누구의 잘못인가요

누구의 잘못입니까.~’

아무리 화나고 괴로워도 폭력은 안 되며, 기물파손은 더욱 큰 죄라고 한다. 하지만 이 동생에게만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누나는 왜 그런 사람과 친했느냐고 하면서 운다. 이 사람을 피해 이사를 형편도 안 되었다고 한다. 고아이기에 의지할 곳도 없다. 변호사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 동생은 꼼짝없이 재소자가 되어 교도소에서 죄인으로 살게 되었다. 누나는 교도소에서 나쁜 물이 들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다. ‘~아 누구의 잘못인가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죄조차도 미워할 수가 없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