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돌린 짝지가...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내가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한 것은 읍내에 있는 중학교 들어가자마자였다.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반장하라고 지명했다. 성적 1등은 반장이고 읍내 출신이다. 2등인 나는 부반장이다. 한 시간을 걸어 등교하는 촌 출신이다. 읍내 아이들은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교무실에서 가지고 온 안내장을 나눠주면 기분 나쁘다며 내 앞에서 종이를 밀어낸다. 돌아서서 다시 주워가긴 하지만 내 속을 긁는다.

“네가 인기가 좋아서 부반장이 된 게 아니잖아? 공부 좀 잘한다고 선생님께 알랑거렸지?”

이렇게 따돌림을 당하는 결정적인 일이 있다.

“짝을 정할 겁니다. 서로 도와주세요.”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성적순으로 줄을 세웠다. 그리고 1등과 꼴찌를 짝으로 하고 2등인 나는 뒤에서 2등인 아이와 짝이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 거다.

짝지는 같이 앉기 싫다고 대놓고 말한다. 화장실 다녀오면 내 가방은 다른 곳에 던져져 있다. 내 책상은 자주 옆으로 밀쳐져 있다. 내 책이 조금만 짝지 쪽으로 넘어가도 신경질을 낸다. 지우개 가루가 날린다고 소리 지른다. 부반장 역할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힘들다. 무슨 말을 건네도 잘난 척한다며 째려본다.

“원대한 포부와 심원한 이상을 가진 청년학도 여러분!”

웅변대회 나갈 사람을 뽑는다며 주변에서 나를 후보로 내세웠다. 초등학교 때 3년간 웅변대회에 입상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종 두 명에 선발되어 친구들 앞에 서게 되었다. 내가 나가서 연설을 시작하자, 내 짝과 그 친구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당황이 되어 다음 연설문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에 앉았다. 웅변대회 참가 못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문제는 쉬는 시간에 짝지가 내 연설문장을 따라 흉내를 내기 시작하는 거다.

“원대한 포부와~~”

몇 친구들도 짝지를 따라 흉내를 내며 책상을 치는 것이다.

“야~~”

내가 책상을 밀치고 가방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내가 무얼 잘못했다고 그리도 난리냐? 너랑 짝이 되고 싶어 된 거야? 누가 공부 못하라고 시켰냐?”

서로 옷을 잡고 엎치락뒤치락 싸웠다. 교복 단추가 떨어져 나가고 머리가 다 헝클어졌다. 우리 둘이는 교무실로 불려갔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하소연하니 전체로 짝을 바꾸어 주었다. 이 친구와는 평생 원수로 지낼 마음으로 다시는 말을 걸지 않고 지냈다.

“내가 어깨가 많이 아프다. 부항 뜨는 데 따라갈래?”

방학이라 이웃 동네 사는 고모 따라 마산역 근처의 부항 뜨는 집에 들어갔다. 아픈 곳을 침으로 찌른다. 그리고 종지를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고 라이터로 불을 확 쬐어 거기다 붙인다. 까만 피가 흘러나온다. 고모는 어혈 뭉친 게 나와서 시원하다고 하였다.

그때였다. 방문이 벌컥 열린다. 온몸에 멍이 든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어쩌다 이리 되었습니껴?”

“영감한테 맞아서….”

고모랑 밖에 나오니 그 짝지가 서 있다. 고개를 돌리며 운다.

“나는 우리 엄마가 맞아 죽으면 우짜노 싶어서 공부가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우리 엄마 이런 거 비밀이다.”

온몸에 종지를 주렁주렁 달고 시커먼 피를 흘리는 친구의 엄마를 보며 같이 울었다. 그런 친구의 하소연을 실컷 들어주었다. 엄마가 없는 나와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개학하고 친구는 나에게 공부에 대한 것을 묻기도 하며 친해졌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비결이 무언지 묻는다. 책 읽기를 좋아하면 된다고 하며 도서실에 가서 같이 책을 읽기도 했다.

오늘따라 이 친구가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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