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와 에스페란토, 그리고 원불교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논설위원(문학)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 논설위원(문학)

 

2023년 8.1.~8.12. 한국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렸다. 비슷한 시기(7.29.~8.5.)에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는 ‘108차 세계 에스페란토대회’가 열렸다. 두 행사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점이 많아 비교하며 글을 써본다. 이 맥락으로 원불교 이해도 돕는다.

먼저, 둘 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스카우트는 1907년 영국의 육군 장군 베이든 초우엘 경이 준비한 야영 생활에서 시작하였다.

에스페란토는 1905년 프랑스 불로뉴에서 첫 번째 에스페란토 세계대회가 열렸다. 유대계 폴란드인 안과 의사였던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가 발표한 인공언어를 공식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표한 행사다.

둘째, 세계평화를 추구한다. 스카우트는 국가와 인종, 계급과 종교를 초월한 범세계적 청소년 운동이다. 에스페란토 사용자는 영어나 중국어처럼 힘 있는 언어가 국제어라는 핑계로 타민족에게 강요되는 현실을 비판하여 언어의 평등을 지향해서 나온 인공어다. 자멘호프는 세계평화를 위한 소통 도구로써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것이다.

셋째, 범세계적이다. 스카우트는 국제단체로서 유니세프 등과 상호협력적 관계에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청소년 운동의 보편성과 역사성을 인정받고 있다. 에스페란토도 국제어로써 인정받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종교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넷째, 한국의 위상이 높다. 세계스카우트 연맹은 4년마다 잼버리를 열어왔다. 그중 한국은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개최하였으며 2023년 전북 새만금에서도 개최하였고 다양한 국제행사에 참가하며 각종 국제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계에스페란토 대회(Universala Kongreso de Esperanto)는 190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열린다. 그중에 1994년과 2017년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였으며, 세계대회에 한국인 참가자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원불교도 이에 상응하는 점이 많다. 한국의 신흥종교로 창시된 지 108년 된 원불교는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이념과 더불어, 종교를 넘어 포용하고 화합하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서 원불교 스카우트 연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 에스페란토로 교전을 번역하여 세계화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 단체의 공통점은 그 성장 속도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한 공동활동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계되어 있지 않고 세계인의 가슴에 전해지는 시간이 느리다는 것이다.

2023년 대한민국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최되었다. 158개국의 청소년 4만 3,281명(한국 참가자 포함)이 지도자들과 함께 참가한 것이다. 인종, 종교, 언어를 넘어 문화교류와 우애를 나눔으로써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때 158개국의 청소년이 쓰는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K-Pop 콘서트 진행자는 한국어와 영어만 구사하였다. 자국의 언어를 지키며 소통하는 에스페란토를 익혔다면 좀 더 감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에 대한 책임을 에스페란토 협회에 묻고 싶다. 에스페란토 관련 국제행사를 주최하고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의 나라에 에스페란토 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미래 청소년들이 모이는 잼버리에서는 얼마나 홍보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이에 원불교에스페란토 동아리에서 폭염도 불사하고 나섰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에스페란토로 원불교의 교리를 이해한다면 더욱더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많은 청소년을 만나 볼에 상징 스티커를 붙여주며 얼싸안았다. 조기 폐영되면서 이 또한 빨리 끝났다. 그리고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혔을까? 행사 후 발간된 원불교 신문에서조차도 잼버리에서의 원불교 에스페란토 활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어려웠던 잼버리의 청소년들은 기억하리라. 미래의 언어는 배우기가 쉬워서 서로 소통하기가 쉬운 에스페란토가 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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