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기오 경상대 명예교수
정찬기오 경상대 명예교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정신·지적 발달과 성적 발달이 함께 이루어진다. 성적 발달이라고 하면 흔히 성의식, 성행위 등을 연상하지만 성에 대한 느낌과 태도, 개인의 성적 역할, 남·여 관계, 성에 대한 가치관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물론, 모든 사건·사고들도 이성 간 관계와 관련 있다. 따라서 성의식 교육은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각 단계에 맞게 제대로 이뤄져야 건강하고 긍정적인 성의식을 갖게 된다.

어릴 때부터 건강하고 긍정적인 성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프로이드나 허록(Hurlock)의 성의식 발달 이론들을 기본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영아기의 엄지손가락 빨기를 통한 성적 욕구 충족, 대·소변 훈련을 통한 리비도의 발현과 성적 쾌감 획득, 남아의 성의식이나 여아의 성의식, 성적 충동이나 욕구의 휴식기, 성인에 준하는 동시 발생적 성의식 시기, 그리고 12세 전후의 원칙론적인 성역할 의식, 13세 전후의 성행위에 대한 혐오 의식, 14세 전후의 연상 이성 연예인 숭배, 16세 전후의 또래 이성 선호, 일대일 사랑을 선호하는 18세 이상 성숙된 성의식 등이 그것이다.

성교육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깨달은 나라는 네덜란드다. 1960년대 서구 히피문화는 프리섹스 문화를 초래했고, 10대들의 임신이 큰 사회 문제가 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조기 성교육을 10년간 실시한 결과 10대들 임신이 30% 이상 줄었고, 첫 섹스 경험 연령도 평균 3세 이상 높아졌다. 이는 건전한 성의 중요성과 함께 자기 몸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네덜란드를 본 이웃 나라들도 다투어 성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는 학교에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성에 대해 스스럼없이 물어보게 되고 부모들은 자녀 나이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부모에 따라선 아직도 성은 여전히 숨겨야 하는 것이고, 사춘기가 될 때 알려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와서 부모에게 이야기를 하면 일부 학부모들은 ‘성교육을 해서 성행위를 조장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이가 성 관련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이미 그런 질문을 할 정도로 신체·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질문에 적절히 대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빨라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너무 늦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너무 포괄적이어도 너무 구체적이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하고 표현이나 설명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부모들 중에는 ‘우리 집 아이는 왜곡된 성 자료를 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최근 들어 아이들은 인터넷, 성인 비디오, 야동 같은 자료들을 무제한으로 접하고 있다. 아이들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되고, 그것들을 성의 전부로 생각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게 다른 집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집 아이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녀의 건강한 성교육을 챙길 필요가 있다.

성교육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난 왜 아빠랑 다르지’ ‘난 왜 엄마랑 다르지’ 같은 성 관련 반응을 보일 때 타이밍을 잘 맞춰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작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다. TV에서 키스 장면이 나올 때나 포옹 장면이 나올 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다.

바른 자녀 성교육을 위해선 우선 부모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부모 자신이 성이란 말 자체를 입에 제대로 올리지 못할 정도로 성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성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부모가 성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고, 알고 있는 것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자녀가 제대로 된 성 지식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정찬기오 경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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