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문학-수필
송진현
한국문협, 부산문협 정회원

아침에 방청소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의자 바퀴 속에 끼인 동전이 바닥에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내 출생의 순간이 번쩍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나의 출생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바퀴 속에 끼인 동전처럼 몸속에 박혀 있다가 바퀴를 드는 순간 방바닥에 데구르르 굴러 나오듯이 그 어떤 작용이 맞아 떨어져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을 것이다.

방바닥에 얼굴을 내민 동전은 얼마동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동전 모으는 놋접시 안에 얼마동안 머물다가 마트로 물건을 사러 갈 때 가져가서 물건 값을 지불하는데 쓰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물건을 살 때 쓰이거나 동전 모으는데 넣거나 운에 따라 내 손에 집히기에 따라 적당한 기회에 쓰여져 여러 사람들 손을 거쳐 이 세상에 돌고 돌다가 수명이 다하면, 최종적으로 용광로에 들어가 녹여져 동전으로서의 일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아버지의 2억 개 중의 한 정충과 매달 나오는 어머니의 난자가 결합해서 사람으로 태어날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1회 사정 액 속에 들어있는 정충만 해도 2억이라는데 내가 임신하기까지 최소한 몇 100억의 정충을 과녁으로 쏘아 그 중에 한 개가 나를 탄생시켰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탄생인데 놋접시 속에 들어간 10원짜리 동전은 또 어떤 기회에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의 손으로 들어가 어떻게 쓰여 질 지 수수께끼 같은 세상을 돌고 돌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목숨을 다해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될지 그 과정은 매우 복잡다단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인생은 태어나기부터가 기적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오늘이 있기까지 수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거쳐 오늘의 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여러 가지 경험들을 거쳐 이 세상과 하직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맞을지 모른다.

그러니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한 가지 일을 놓고도 수많은 방법과 수많은 경우의 사건에 부딪힐 것이다. 그 죽음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또 어떤 경우에 어떻게 처리해달라고 할지 차분히 생각하면서 죽음을 맞아야 올바른 죽음이 되는 것인지, 그 문제 역시 삶의 문제만큼이나 진지하게 숙고해서 남 보기에 추하지 않고 이왕이면 떨어지는 낙엽처럼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질 것인지 깊은 통찰과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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