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김재희

어머니, 고요하고 쓸쓸합니다.

인자하고 명민하신 우리 어머니,

숱한 세월의 흔적, 청아한 검은 눈동자 속엔

너그러운 사랑의 온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골골이 주름진 버섯꽃 활짝 핀 웃음 속엔

구수한 삶의 이슬이 영롱하셨습니다.

 

어머니, 고요하고 쓸쓸합니다.

자나 깨나 이십사시 자식 생각,

그 얼마나 시름겨운 하늘의 생각이셨던가요.

하늘문이 열리는 심원한 빛으로

구석수석 어루만져 키워 주신 매일의 성심이셨습니다.

이 풍진 세상, 세간 재미에 빠질까

회초리 치고 가만히 하늘 보시던 어머니이셨습니다.

 

어머니, 고요하고 쓸쓸합니다.

쓴맛, 매운맛 다 참고서 힘든 일 도맡아

생의 고단한 고갯마루를 오르셨습니다.

그 지리산 모퉁이,

자식 위해 산신제, 일편단심으로 기도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허공산천 시방법계 금각원 산신령님께

분명히 가 닿으셨습니다.

구슬 줄 잡고

보람의 노래를 부르신 어머니이셨습니다.

 

어머니, 고요하고 쓸쓸합니다.

어머니의 염원 미소는

잔물결에 얼비친 한 둥근 삶의 멋,

경계를 잇는 여여한 밤하늘의 별빛이셨습니다.

나와 묵묵히 마주하는 연둣빛 첫사랑,

불이문이셨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안 계신 이 자리가

너무 고요하고, 너무 쓸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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