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남강문학협회 회원

오늘은 모처럼 전업주부에 관하여 불만을 좀 토로해 보고 싶다. 예전엔 없던 이 말이 언제부터인가 거창하게 붙여져 온 전업주부란 표현에 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 이다.

전업이라고 업(業)자가 들어가면 무슨 급료같은 것이나 정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국어사전에 업자를 찾아보면 직업의 준말, 전문으로 하는직업이나 사업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보수도 정년도 없을 바에야 그냥 가정주부, 아니 주도 빠진 가정부라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면 좀 과장된 것일까?

이 전업주부란 직에 들어선 지도 어언 반세기가 지났건만 아직도 이문도 없는 가정 식당을 운영해야하니 밖에 나갔다가도 끼니때가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다 시간되면 콩 튀듯 종종대면 으레히 말들을 한다. 그 나이 되도록 매어사느냐고, 딱하단다. 식당 문 열러 가야된다고 했더니 그 말이 유행이 되어 조금만 꾸물거리면 오늘은 식당 문 닫았느냐고 우스개로 받아친다.

옛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들이면 곳간 열쇠 내어주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던 노후의 생활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는다. 얼마나 살림이 지겨웠으면 안주인 자리를 쉽게 내어주었을까.

나도 그러고 싶지만 핵가족 시대인 요즘은 받을 사람이 없다. 오히려 주말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들네 식구들 점심 해 먹이기에 바쁘다. 준비하기까지 힘들지만 잘 먹어주니 고맙고 얼굴 보여주어 더더욱 고맙다는 마음이 드니 이건 자업자득일 것이다. 밖에서 사먹지 집에서 힘들게 하느냐고들 하지만 밖에서 사 먹는 날이 더 많을테니 집 밥을 먹이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삼시세끼 식사준비는 너무 지겹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주부들에게 얼마나 지겨운 일이면 영식님, 일식씨, 이식군, 삼식ㅇㅇ, 간식까지 챙겨달라면 종간나 ㅇㅇ란 말까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을까. 우리 집은 그 끝자락에 버젓이 올라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의기양양이시다.

남편들은 몇십년 근무하고 나면 정년이 있는데 쉬고 싶은 노년의 전업주부들은 왜 정년도 없는가, 전업주부들은 평생 현역이라고? 보수도 없는 현역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보수를 준대도 싫고 제발 좀 벗어나고 싶다.

고루하고 가부장적인 사람과 사는 내 처지에는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고 조금만 바뀌어 주면 감지덕지일 터인데 바뀔 기미는 안보이니 요사이 흔한 말로 깨몽이다. 어쩌다 말 한마디 건네면 짜증만 한 바가지로 채워져 부메랑 되어 온다. 이제 인생의 겨울에 서 있지만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언제까지 힘을 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일 분 일 초도 시간이 아깝다.

그러나 이만큼 건강해서 밥 해 대령 할 수 있고 먹는 사람도 건강하여 밥 잘먹어주니 그 또한 다행이라고, 건강하게 살아 있음에 기쁘다고, 고맙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그러나 내 몸과 마음은 몹시 고달프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