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범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어떤 조직이나 단체든 이단자들은 그가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이전의 조직 구성원의 충성심과 경쟁한다. 배신자는 몸담고 있던 조직을 떠나 떠나온 조직과 싸우지만 이단자는 떠나지 않고 남아서 전향한다. 더욱이 이단자는 소속 조직과의 가치 공유를 선언함으로서 혼돈을 창조하며, 행동들은 조직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한다.

1975년 공산화 직전의 베트남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단자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공산베트남이 된 이후에는 이들 대부분은 처단되었다. 급진 혁명을 이끈 레닌은 온건사회주의자인 칼 카우츠키를 이단자로 보고 자본주의자보다 더 맹렬히 비난하였고, 스탈린은 사회주의의 온건 이론가 트로츠키를 오히려 더 진지한 위험으로 보았던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한국에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이단 시 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한답시고 대통령이란 사람이 판문점을 한두 번 오가고 나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북한 김정은을 칭송하는 ‘백두칭송위원회’가 결성(2018.11.7)되었다. 그들은 백두대낮에 “북한 사람들 부러워 죽겠다. 나라 님 중에 김정은이 최고다”며 칭송하고,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금기를 깨고 싶었다고 해괴한 이유를 댔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 당국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이들을 두둔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정부를 용공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 정부의 헌법 개정 시도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용어를 삭제하는 것에 목을 매고 있었다. 자유 용어가 삭제된 민주주의는 용공정부 하에서 인민민주주의도 수용하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연합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 간에 진정한 민주주의 논쟁이 있었다. 결론이 날 리가 없었고 말만 많았다. 40여년이 지난 1990년 구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체제 국가들의 붕괴로 민주주의 논쟁은 결론이 났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답시고 체제문제의 변경을 헌법에서 공식 거론하고 있는 것은 자칫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중 헌법 개정 시도는 아주 심각하게 추진되다가 지금은 중과부족으로 반대에 부딪쳐 휴면상태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정부 여당이 개헌 추진 선을 확보한다면 다시금 강력히 추진될 것이다.

이승만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국가로 태어나기 위해 반공정신을 기반으로 하였으며, 박정희의 대한민국은 반공을 국시로 삼아 경제사회 발전의 기틀을 잡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은 반공의 가치 위에 있으며, 반공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켜온 정신으로 이어져 왔다.

용공정부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이단이다. 배신자들은 자유대한민국 체제의 가치 밖에 나가서 적대하고 위협하겠지만 이단자들은 같은 편의 내부에 남아 가치 변형을 시도한다. 진정으로 위험한 세력들이다. 이들은 정신적으로는 이미 자유대한민국을 떠났지만 용공정부를 만들기 위해 임무완수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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