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浦 박정희
시인. 한국문인협회 재단위원장
한국국제대학교 객원교수
한·일차도문화연구원 원장

비 내리는 나고야 공항

빗방울은 창을 적시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고도를 올려 현해탄에 들어선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눈 나라에 들어선다.

오로라처럼 빛나는

흰 구름의 나라

눈을 감으니 공항에서 헤어진

동생 원희의 구부정한 어깨가 보인다.

아! 우린 무슨 운명으로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이순의 나이까지

헤어져 살아가는가.

너는 나의 눈치를 보고

나는 너의 눈치를 살피는

이방인이 되었구나.

그렇게 호쾌하던 대림선배가

암으로 쓰러지던 날

거나하게 곡차공양을 한 나는

일본에 계신 아버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려다

소스라쳐 놀란 이 못난 아들

부모님이 뼈를 이곳에

묻은지가 언제인데

어릴 적 버릇처럼

안부 인사 드렸구나.

가깝지만 먼 나라에

떠오르는 부모님 얼굴

언제 추석이 되면 동생들과

어머님이 잘 하시던

나물과 젓갈김치

된장과 고추장에 절인

고추와 들깻잎을

즐겁게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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