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자윤 한의원
대표원장 양준모

중국 우한(武漢) 폐렴의 원인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문제가 심각하다. 질병 자체도 문제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줄고 공포 심리 등이 작용하여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2월 9일 자 미국 독감 환자 10000명과 800명 정도가 사망한 신종 코로나 감염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단순 비교할 일은 아니다. 독감은 사망률이 낮은 편이고, 유행하게 되면 한국도 2∼3000명 정도는 앓게 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있고 백신도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는 새로운 질병으로 전염 경로나 치료법, 질병의 소멸 등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과 미지의 공포감 등을 갖게 되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 29일에 신종 코로나 감염에 대한 한의약 치료 참여를 제안하였다. 다시 말하면, ‘한방 치료가 예방 및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몇 년 전 메르스(MERS)가 유행했을 당시에도 ‘국가 대응 체제에 한의학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지만 보건 당국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혹자는 ‘한의학은 몸을 보하고 근본 치료를 하는 의학’인데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에 효과가 있을지, 과거에는 한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약이 무수히 많이 개발된 현시점에서 굳이 한의학으로 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등과 같은 말들을 한다. 이러한 인식들은 한의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 투쟁의 역사이었으며,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유행하였고 의학도 이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전문적인 한약 처방이 기록된 최초의 서적은 상한론(傷寒論)이라는 책으로 후한 시대에 장사 태수 장중경(張仲景)에 의해 저술되었다. ‘상한론’은 당시 유행한 장티푸스를 치료하기 위하여 그 시대에 존재했던 처방들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분류한 자료이다. 이후 한의학의 발전시기마다 당시의 유행병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들이 제안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치료법이 발달되어 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제창자인 이제마(李濟馬)는 진해에서 목민관을 역임하였다. 그의 저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내용의 상당 부분은 당대에 유행한 역병(疫病) 치료의 내용이다. 중국에서 최근에 정립된 온병학(溫病學)은 바이러스 질환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사스(SARS)와 메르스가 유행할 때에 좋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세계 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사스 치료 사례 보고서’에 의하면, 한의(韓醫)와 양의(洋醫)의 협진이 단독 치료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공보건상의 비상사태 관리를 해야 할 상황이 되면 협진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에 사스, 메르스 사태 때에도 협진 치료가 양의 단독 치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내었고, 그 이후로 이러한 감염에 대해서는 협진 치료를 하도록 법제화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우한(Wu-han) 지역에는 한의와 양의가 모두 파견되어 협진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4일 자 KBS 보도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예방 효과와 증상 완화의 효과가 한의약으로도 가능하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모쪼록, 힘든 시기에 함께 힘을 모으는 협진 치료로 잘 대처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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