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중영

나목

 

칼 추위가 도둑처럼 다가와

소요도 얼어붙어 고요를 잠재운다.

이 한밤 탐욕마저 도망간 자리

사고를 정지당한 깡 추위 속에서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고

가지줄기 뿌리끼리 얽히고 부딪혀

돌아올 봄을 잉태키 위해

부비고 핥고 불온한 꿈 하나 뜨겁다.

 

 

매향

 

눈 덮인 골목길 입 벌린

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눈 겨울

코끝에 눈빛이어라

그냥 가고 말리라

그냥 가고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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