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양 준모
창원 자윤 한의원

아이는 감기에 자주 걸리기 마련이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나게 되면 보호자는 매우 난감해진다. 보호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아이의 체온을 자주 체크하거나, 해열제(解熱劑)를 과다 사용하거나, 잠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발열에 대해 갖는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우리는 발열공포(發熱恐怖)라고 한다.

실제 연구 자료들을 보면, 부모들의 절반 이상이 발열과 고열에 대해 잘못 알고 있으며, 발열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다. 부모들의 3/4은 1시간 이내에 체온을 다시 측정하여 해열제를 복용시키고 있으며, 미온수 목욕(Tepid water massage) 등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염려와 대처 행동들은 열이 난 아이에게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14년에 발표된 ‘소아청소년과에 외래 방문한 부모들의 발열 공포 관련 요인’ 등과 같은 논문들을 보면 더욱 상세히 다루고 있다.

발열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38℃ 이상의 열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40℃ 이상은 고열이라고 한다. 감기로 인해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고체온증(hyperthermia)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모든 발열을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발열은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득도 있다. 발열로 인한 면역 기능의 증가, 미생물 성장의 억제 등은 대표적인 이득이다. 물론 해열이 경련을 예방하고 불쾌감을 해소하는데 이득이 될 때도 있으므로 이를 잘 따져봐야 한다.

아이가 열이 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뇌가 손상될지의 여부이다. 일사병 등으로 유발되는 고체온증의 경우는 뇌손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감기와 같은 감염으로 인한 발열은 뇌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은 위험성을 혼동하여 해열제를 남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체온(體溫)의 수치를 중심으로 한 해열제의 사용보다는 아이의 행동(行動)과 상태(狀態)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해열제는 체온을 낮추거나 보호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아이의 불쾌감을 덜고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성경련(熱性痙攣)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세계 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39℃ 이상의 열이 날 때 해열제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는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미온수 목욕은 흔하게 사용되었으나 최근 연구결과들에서는 별다른 이득이 없어 권하지 않는다. 고체온증과 같은 적응 증세에는 사용할 수 있으나 이때도 미온수 목욕을 단독으로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만약 열이 며칠간 지속되거나, 만지기만 해도 울거나,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목으로 삼키는 것을 못하거나, 지속적인 구토가 있거나, 경부 강직이 있거나, 소변 량이 감소하거나, 소변 냄새가 이상하거나, 열꽃이 피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니 별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요컨대, 한의학에서 상한(傷寒)이나 온병(溫病)이라고 하는 감염병의 경우는 ‘발열과 손상 과정에서 인체의 부담을 돕고 손실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질병을 이겨나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아 발열에 대처하는 한의학적 방법은 신중하게 고려해볼 만하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