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지구대 진주시 전체 신고건수 25% 차지
대원 “주취자들 욕설, 폭행으로 제지 힘들어”
음주운전 단속 밤11시부터 새벽4시까지 실시

비봉지구대는 9~10명이 한 팀으로 총 4팀이 주야 교대근무를 한다.
비봉지구대는 9~10명이 한 팀으로 총 4팀이 주야 교대근무를 한다.

연말연시는 송년회, 신년회 등 모임들이 집중 돼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진주시 비봉지구대원들이다. 이들은 행사가 많은 연말연시 특별방범활동으로 쉴 새 없이 울리는 신고전화와 현장출동으로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업무를 처리하며 지내고 있다.

◆오후 6시30분: 야간 근무조 출근

야간 근무조는 19시에 근무를 시작해 다음날 9시까지 14시간을 근무한다. 출근 후 지구대장 주도하에 야간조, 주간조가 함께 간단한 회의를 한다. 주야 근무교대 때문에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사건·사고는 없었는지 혹은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따뜻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주간 근무조는 퇴근했다.

◆오후 6시40분: 신고접수, 첫 출동

회의가 끝나기도 전, 전화벨이 울린다. 사람이 연탄불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신고다. 겨울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다. 대원들이 출동한 뒤 연이어 두 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어르신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이다. 즉시 다른 대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비봉지구대는 진주 시내에 위치하고, 관할 면적이 가장 넓어 다른 지구대에 비해 대원출동 횟수가 많고 피로도 또한 상당히 높다. 일평균 신고 건수가 약 50건으로 진주시 지구대의 약 25%를 차지한다.

◆오후 7시20분: 자살 사건 발생

첫 신고로 출동했던 손 순경이 돌아왔다. 겨울철 안전사고로 출동했지만 자살 사건이었다. 순간 지구대 분위기가 긴박해진다. 손 순경이 담당팀장에게 자살사건 관련 인수인계 후 보고서를 작성한다.

사건은 중안동 근처 술집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연탄불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남성은 술집 단골고객으로 자살하기 전날 술을 마시고 만취해 술집사장에게 자고 간다고 얘기했다. 술집 사장은 단골손님을 쪽방에 재우고 퇴근했고, 다음 날 출근해보니 쓰러져있어 112로 신고했다.

사건현장에 출동한 손 순경은 쓰러져있는 남성을 살피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어 119구조대원이 도착했으나 쓰러진 남성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사망 확인 후 형사계에 연락해 감식을 요청했다. 감식반이 오기 전,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람의 접근을 막아 사건현장을 통제·보존했다.

◆오후 7시40분: 감식반 도착, 사건 마무리

감식반이 현장에 도착했다. 손 순경은 상황을 설명하고 현장정리를 도운 뒤, 사건을 감식반에 인계했다. 첫 사건부터 험난하다. 지구대로 복귀해 중앙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는 사후처리까지 확인하고서야 사건이 마무리됐다.

비봉지구대원들은 오후6시30분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9시에 퇴근한다.
비봉지구대원들은 오후6시30분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9시에 퇴근한다.

◆오후 8시30분: 사건처리 후 잠깐의 여유

대원들이 따뜻한 차로 얼었던 몸을 녹인다. 밤새 야간근무를 서는 대원들은 2층 숙소에서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연말연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휴식을 취하면서도 항상 긴장상태다. 사건이 발생하면 사후처리까지 시간이 길어져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 근무조 이강연 팀장은 “연말연시에는 있으나마나 한 휴식공간이다. 가장 바쁜 시기라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진주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대 2층에는 대원들 휴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밤샘 근무를 하는 대원들이 2시간씩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잠깐의 휴식만 가능할 뿐, 대원들이 숙식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신규로 부임 된 순경들 혹은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직원들은 근처에서 대부분 자취생활을 한다.

◆오후 10시: 순찰차 3대가 모두 순찰·출동 중이다.

직장인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주취자 관련 신고가 늘어난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업무 중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주취자 관련 사고처리다. 주취자가 신고되면 인적사항을 파악해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연락한다. 가족과 연락이 힘들고 만취상태로 사고우려가 있을 시 119 또는 복지원으로 응급이송한다.

주취자가 경찰에게 위해를 가할 시 공무집행방해죄, 지구대 등 관공서에서 주취소란 발생 시 경범죄처벌법, 폭언·욕설 시 모욕죄로 처벌된다. 허 순경은 “주취자는 보통 만취상태로 의사소통이 힘들고 이유 없는 욕설, 폭행 등으로 제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주취자가 교통사고, 절도사건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겨울철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11시: 음주 단속 시작

오후11시 음주단속을 시작한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단속하고, 늦은 시간이 아니면 교통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늦은 밤에 단속 하는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 조성 및 음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주·야를 불문하고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비봉지구대장 이철준 경감
비봉지구대장 이철준 경감

 

순찰스티커 자체제작 주민만족도·체감안전도 늘어나

 

-비봉지구대는 어떤 곳인가.

 

그동안 비봉지구대는 신고건수가 많아 근무가 힘든 지구대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시내에 위치한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대원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근무해 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비봉지구대 자랑을 한다면.

 

상당히 힘든 주야간 근무지만 지역민 교류를 위해 작은 화단에 다양한 채소를 심었다.(웃음) 대원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가 지역주민들과 나눠 호응을 얻었다. 또 자체적으로 순찰스티커를 제작, 배포해 주민만족도 및 체감안전도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진주 시민들에게 한마디.

 

기분 좋은 모임, 술자리가 음주운전으로 이어져 사고가 발생하면 나와 가족, 피해자 모두 고통받는다. 음주운전에 각별히 신경써주시고 안전한 2018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비봉지구대 이강연 팀장
비봉지구대 이강연 팀장

 

신입순경들 위해 젊은 분위기로 팀 이끌어

 

-어떻게 경찰이 됐나.

 

처음엔 막연하게 제복이 멋있고, 범인도 잡고 싶어 경찰이란 꿈을 가졌다. 제복생활이 나와 잘 맞다고 하나.(웃음)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나도 보람차고, 떳떳한 직장인으로 월급도 받고, 12조란 생각에 경찰이 됐다.

 

-경찰은 주야간 근무를 하는데 힘들지 않나.

 

생활이 불규칙하니까 나보단 가족들이 신경 쓰인다. 나는 생활이 익숙해져 괜찮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하다.

 

-팀장으로서 팀원들과 어떤 소통을 하나.

 

팀 내 신입순경이 많다. 평소에는 선배경찰 이미지를 벗고 젊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려고 노력한다. 농담도 하고, 유행어도 찾고, 최신곡도 듣는다. 팀원따라 젊어지려니 쉽지 않다.(웃음) 그래도 팀원들이 잘 따라줘 고맙다. 또 매달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나누고 볼링, 실내스포츠, 등산 등 계절에 따라서 같이 땀 흘리는 활동으로 동료애도 쌓는다.

 

글/사진 조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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