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중 이사만20번, 아들 초등학교 3번 옮겨
2년 간 무임금으로 농사일 배우며 경험 쌓아
귀농인들, 현장위주 경험이 시골생활에 도움

최석환 대표는 해병대 제대 후 블루베리·아로니아 농사를 짓고 있다.
최석환 대표는 해병대 제대 후 블루베리·아로니아 농사를 짓고 있다.

 

경남 산청군 차황면 제이씨블루베리 농원 최석환 대표는 해병대 장교로 군생활을 했고, 퇴직 후 귀농해 현재 5년차 농부다.

최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그는 평소 마도로스를 꿈꿔 선원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20대 당시, 다른 직업보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사회 분위기였다. 이에 최 대표는 꿈을 접고 공부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재수를 한다.

그는 꿈을 위해 1년 뒤인 1981년 해군 사관학교에 합격해 군인의 길로 갔다. 그 뒤 해병대로 지원, 1985년 소위로 임관해 군인이 되었다. 첫 발령지로는 김포 해병대 2사단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군 생활을 했고, 1987년 정부 지원으로 미국 군사유학을 떠나 1년 뒤에 돌아온다. 이후 백령도, 포항, 진해, 서울 등 전국 해병대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계급을 높여갔다. 그는 2011년 미국 해병대 파견 장교를 마지막으로 2013년 미국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해병대 중령으로 전역했다.

해병대 시절 그는 누구보다 엄격했고 존중받는 장교였다. 하지만 부인과 아들에게는 힘든 시기를 보내게 한 남편·아버지다. 아들은 군인 아버지 밑에서 20번 넘는 이사를 했고 초등학교 3곳을 옮기고 졸업했다. 이후 중학교 때 학기 중 미국으로 떠나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나왔다. 최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올 당시 아들에게 “미국에서 대학까지 다니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아들도 미국 교육이 자신에게 맞다는 생각에 찬성했다.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최 대표는 “계속 이사를 다니는 환경이라 아들이 친구를 잘 사귈 수 없었다. 그래서 미안한 부분이 많아 고등학교 이후로는 아들 의견을 존중해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밤·매실농사 힘들어 블루베리·아로니아 선택

최 대표는 전역 후 한국에 돌아와 귀농을 결심한다. 하지만 어느 지역으로 갈지 결정하기가 힘들었고, 군 생활동안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해 특별한 연고지도 없었다. 그러다 사돈이 있던 경남 산청에 들렀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접한 뒤 마음에 들어 정착했다. 그는 사돈에게 농사 교육을 받기로 하고 2년간 무임금으로 밤과 매실농사를 지으며 농부로서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그는 2년 동안 농사지은 밤과 매실이 아닌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선택한다. 최 대표는 “2년 동안 밤·매실 농사를 경험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평생 군 생활을 했던 내가 견디지 못 할 만큼 힘들었다. 또 노동 강도에 비해 수익이 너무 낮아 자연스럽게 고소득 작물을 찾았고, 당시 귀농작물 1순위가 블루베리와 아로니아였다. 그래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블루베리 1천평, 아로니아 5백평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토지 1천평은 구입했고 5백평은 임대했다. 한 과수 농사만 짓다 잘 못되면 망하겠다 싶어 두 가지 과수를 심었고, 묘목 구입은 주위 추천과 묘목상 말을 듣고 구입했다.

그러나 시작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퇴직금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군인 연금으로 계속 투자를 했지만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 묘목을 지역에 맞춰 사야 된다는 걸 생각 못하고 심었던 게 가장 큰 실수였다. 꽃이 피지 않아 열매가 맺지 않았고 겨울에는 나무가 얼어 죽어갔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 묘목판매상들 말만 믿고 품종선택을 한 것이 실수였다. 일단 산청 기후에 맞지 않는 묘목을 구입하다보니 해마다 실패를 했고 자금은 계속 낭비됐다”고 말했다. 그는 2년을 낭비하고 많은 자금을 손해 봤다. 이후 지역 선도농가를 방문해 산청에 맞는 묘목으로 교체했다. 또 지자체 교육과 작목반활동으로 지식을 쌓았고 현재는 귀농인에게 교육 시켜줄 수 있을 정도의 농부가 됐다.

최 대표는 500평 아로니아, 1000평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한다.
최 대표는 500평 아로니아, 1000평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한다.

 

◆1년간 매일 농장 출근, 꾸준히 일해야 인건비 절약

최 대표가 농사를 시작할 당시 블루베리가격은 1kg당 약 3만원 , 아로니아 1kg당 약1만5천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블루베리가 2만원, 아로니아는 5천원이다.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최대표는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1천5백평 농사가 인건비 안들이고 혼자할 수 있는 최대치다. 매일 꾸준히 일하고 수확철에는 친척들이 도우러 오기 때문에 딱 맞다. 하지만 가격 하락에 따라 농사를 조금 늘릴 필요가 있어 준비 하고 있다.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되겠다 싶어 늘린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년 동안 출근하듯이 농장에 간다. 혼자 짓는 농사라 조금이라도 일이 밀리게 되면 돈을 주고 사람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일이 많이 없는 겨울이지만 최 대표는 쉴 수가 없다. 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했고, 내년 계획을 위해 작목반 모임을 자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농가모임을 통해 친목도모를 하고 내년 가격과 박스디자인, 농사 정보 등을 듣기 위해 꼭 참석하는 편이다. 요즘은 ‘농사도 정보가 곧 힘이다’는 말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정보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귀농인들이 견학을 오면 지자체 교육과 선도 농가를 통해 확실한 정보를 얻고 농사 시작을 권한다. 그는 “요즘은 지자체 교육이 워낙 좋아 1년간 교육받고 선도농가 방문을 통해 실습 하면 된다. 오래 교육 받거나 결정을 늦게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고 현장 위주의 경험을 하는 게 귀농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토지 가격이 너무 올라 귀농인들이 구입하기 힘들다. 그래서 시골 장기 임대 토지를 찾거나 농지 은행을 통해 농사를 시작하는 게 가장 절약할 수 있다. 최소 5년 이상 임대할 수 있는 토지에서 시작해야 나중에 손해를 안볼 수 있다. 하지만 자금 여유가 있다면 비싸더라도 토지 구입을 하는 게 좋다. 결국 땅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요즘 귀농인 외에도 일반인들도 블루베리·아로니아 견학을 많이 오는데 취미로 시작하는 게 아닌 생업으로 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처럼 연금이 나오는 생활자도 365일 농장에서 일을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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