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많게, 점심은 적게, 저녁은 가볍게

위벽이 부어 주름운동이 제대로 안될 땐 위염, 위벽에 상처가 나 쓰리고 아프면 위궤양이라 부른다. 사진=김수경박사 제공.
위벽이 부어 주름운동이 제대로 안될 땐 위염, 위벽에 상처가 나 쓰리고 아프면 위궤양이라 부른다. 사진=김수경박사 제공.

물과 밥이 입으로 들어와 씹고, 삼키는 과정을 거쳐 식도, 위, 십이지장, 췌장, 폐장, 맹장, 대장(상행결장, 하행결장, 횡행결장, S상결장, 직장)을 거쳐 항문에 이르는 전 공정이 소화기계라고 불리는 소화기관이다.

식도는 그냥 꿀꺽 넘기는 것이 아니라 주름이 잡혀있어 연동운동을 거쳐 위에 도달하기 때문에 오래 걸릴 때는 목구멍에 넘어간 음식물이 위까지 가는데 20초까지 걸리는 경우가 있고, 수분이 부족한 것을 갑자기 넘기거나 갑자기 신경을 쓰면 넘어가던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식도로 그냥 쓱 넘어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도 못 넘기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식도가 연동운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목에 넘기기 좋게 하려면 음식물을 침과 섞어 오래 씹어 입자가 적을수록 넘기기가 좋을 뿐 아니라 위에 도달해서는 위의 주름운동에 위액이 나와 직접 소화를 하는데 만일 위벽이 부어 주름운동이 제대로 안될 때는 위염이라 하고, 위벽에 상처가 나서 음식을 먹자마자 쓰리고 아프면 위궤양, 음식을 먹은 후 2시간쯤 지나 속이 쓰리고 아프면 십이지장에 상처가 나있는 경우라서 이때는 십이지장궤양이라고 병명을 붙인다.

음식물의 내용과 질, 먹는 시간과 양을 따져야만 소화기관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사진=김성대기자.
음식물의 내용과 질, 먹는 시간과 양을 따져야만 소화기관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사진=김성대기자.

잘 알고 있다시피 위액은 pH가 2정도 되는 강염산과 같은 성분으로 되어있어 그 소화력이 어떤 분해물질보다 강한데 이때 위벽에 상처가 나면 위벽이 자기소화가 되어 구멍이 뚫리는 위천공이라는 증세까지 나타나게 된다.

십이지장은 엄지손가락 한마디가 12개 모인 길이와 같이 엄지손가락 12마디가 합쳐진 장이라 하여 십이지장이라 이름 하였는데 십이지장으로는 위에 유문이 열리면서 조금씩 소화된 죽상 음식물이 나오는데 이때 췌장에서는 단백질분해효소가, 쓸개에서는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이 농축이 되어 담관을 타고 내려와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소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백질 지방질은 십이지장을 통과하는 시간에(그 시간을 대게 2분30초~3분정도라고 한다) 다 소화가 되고 이 시간대에 분해되지 못한 음식물은 수분이 조절되면서 췌장공장에서 영양소는 흡수가 되고 나머지 찌꺼기는 큰 창자로 나가 수분이 흡수되면서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맹장이라고 불리는 충수돌기를 지나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을 지나는 과정에서는 연동운동이 1분에 2~3번, 3~4번, 여댓번 순서로 일어나는데 연동운동이 빨라지면 수분흡수가 제대로 안돼 설사가 나고, 너무 느리면 수분을 너무 많이 흡수해 변비가 된다. 따라서 설사가 날 때 먹는 지사제라는 약은 장운동을 느리게 하여 수분흡수를 늘리는 것이고 반대로 변지치료제는 장운동을 빠르게 하여 수분흡수를 줄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입으로 어떤 종류의 물과 밥이 언제 얼마만큼 들어와 어떻게 씹어 먹느냐에 따라 침과 기타수분의 비율들이 소화기관 전체에 엄청나게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전에도 말했듯 치아구조에 맞춰 아침에는 양이 많게, 점심에는 적게, 저녁에는 아주 가볍게 먹는다면 소화기관 전체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위를 비롯한 모든 소화기관이 즐거워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전혀 다른 내용으로 시간, 양 조절, 제멋대로 하게 되면 소화기관 자체는 주인을 배반하는 사태가 분명 일어날 것이다. 음식물의 내용과 질, 먹는 시간과 양을 따지지 않고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만 따지는 영양학적 음식섭취로는 소화기관을 기쁘게 할 수 없다. 영양학에서는 해부생리학은 가르치지 않고 의학에서는 영양학을 가르치지 않으니 현행 커리큘럼 아래서는 소화기관이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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